"동생의 복수를 하려면 꼭 금메달을 따야죠."

준결승을 마친 한국 여자 펜싱의 간판 남현희(29)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그가 19일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플뢰레 4강전에서 만난 상대는 5년간 함께 운동했고 선수촌에서도 '한집 살림'을 하는 후배 전희숙(26)이었다.

1번 시드를 받은 남현희와 2번 시드를 받은 전희숙은 결승에서 만날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전희숙이 예선에서 중국의 천진옌(22)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두 사람이 준결승에서 만나는 16강 대진표가 짜였다.

언니와 동생은 '외나무다리'에서 치열하게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간 상대전적에서 2승1패로 앞선 언니가 역시나 조금 위였다. 남현희는 키 155㎝의 작은 몸을 빠르게 움직여 자신보다 14㎝ 큰 동생을 괴롭히면서 15대14로 힘겹게 승리했다. 남현희는 "희숙이를 잘 알아 여유 있게 경기를 펼쳐 승리했다"고 했고 전희숙은 "막판 체력이 달렸다. 아쉽다. 하지만 현희 언니가 일방적으로 첸진얀을 이길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고 했다.

동생의 성원을 업고 결승 무대에 선 남현희는 더 빨랐고 더 세졌다. 남현희는 예선에서 동생을 찔렀던 천진옌을 결승에서 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펼쳐 15대3으로 완승, 목청 높여 언니를 응원했던 전희숙을 위한 '복수극'에 마침표를 찍었다. 덕분에 동메달을 딴 전희숙도 시상대에서 언니와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남현희는 도하 아시안게임에 이어 대회 2연패(連覇)를 차지했고 전희숙은 아시안게임 첫 개인전 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사브르에서는 한국의 구본길(21)이 금메달을 차지했다. 구본길은 4강에서 팀 동료 오은석(27)을 꺾은 데 이어 결승에서 중국의 강호 중만(27)을 15대13으로 제치며 자신의 첫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쾌거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