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부산시청지점(지점장 우명자) 직원 28명은 지난 13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중1동 오산마을 최모(79) 할머니 집에 연탄 250장과 쌀, 김 등을 전달했다. 우명자 지점장은 "가을철 체육대회 비용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하자는 지점 식구들의 뜻에 따라 행사를 했다"며 "연탄배달이 체력단련이어서 체육대회 이상의 효과가 있는 데다 어려운 이웃에 훈훈한 정을 전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늦가을 바람이 갑자기 차지기 시작하면 먼저 마음이 시려오는 사람들이 아직 적지 않다. 하지만 농협 시청지점 직원들처럼 어려운 이웃을 잊지 않는 훈훈한 손길들이 있어 다가올 겨울이 춥지만은 않다. 부산 중구(구청장 김은숙)는 16일 동광동 백산기념관 광장에서 '제13회 사랑의 쌀 모으기 운동 헌미식'을 연다. 이는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것으로 오는 12월 15일까지 쌀이나 성금을 모은다. 남을 돕고자 하는 사람들은 백산기념관(☎051-600-4068)이나 중구 동주민센터에 하면 된다.
부산환경공단(이사장 안영기)은 지난 9일 직원 40여명이 동구 범일5동 일대에서 이 지역 저소득층 및 홀로 어르신 세대 30가구에 사랑의 연탄 6000장을 배달했다. 연제구 연산8동 부산두레학교(교장 백대현)와 두레어린이집(원장 이정묵)은 바자회를 통해 모인 수익금 511만원을 지역 내 홀로 어르신 40명과 저소득 지역주민 20명에게 전달했다. 사하구는 지난달 말 도로 가로수인 은행나무 390여그루에서 딴 열매 600L를 조만간 지역 내 경로당 어르신을 위한 간식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대학도 나섰다. 이달 초 부산 남구 대연동 부경대 대연캠퍼스 가온관 서쪽 출입구 1층에 장독이 하나 등장했다. 높이 90㎝ 폭 85㎝가량 되는 커다란 옹기였다. 이 독의 이름은 '사랑독'. "사랑독, 사랑의 쌀이 가득한 독입니다. 부경대학교 '사랑독'을 세상에 퍼뜨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 독에는 항상 120㎏가량의 쌀이 채워져 있고, 독 안에는 쌀이 필요한 사람이면 누구나 편히 퍼갈 수 있도록 표주박 2개도 들어 있다. 물론 쌀독 옆에는 최대 5인분 분량의 쌀을 담아갈 수 있는 종이봉지도 준비돼 있다. 이 사랑독은 지난달 8일 건설관리 석·박사 과정인 건설관리공학협동과정 개설 10주년 기념행사를 주최한 부경대 건설공학부가 축하용 화환 대신 쌀을 받은 데서 비롯됐다.
이 행사에서 쌀 38포대가 모였다. 쌀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 '타인능해(他人能解)'를 생각해냈다. 타인능해는 조선 영조 때 낙안군수 류이주가 전남 구례 '운조루(雲鳥樓)'에 둔 유명한 쌀독에 있는 글귀로, '쌀이 필요한 누구라도 쌀독을 열어도 된다'는 뜻이다. 이후 부경대는 각종 학내 행사 때 화환 대신 쌀을 받아 사랑독 운영 밑천으로 삼았다.
기업도 빠질 수 없다. 롯데 센텀시티점 직원 30여명은 지난 8~9일 해운대구 반여동 한 베트남 출신 여성의 다문화가정에서 도배를 하고 장판을 가는 등 주거환경개선 봉사를 했다. 롯데 동래점 직원들은 지난 11일 금정구 장전동 성애원 아이들과 함께 금정체육공원을 찾아 즐거운 소풍을 했고 롯데 부산본점 봉사동호회는 지난 4일 개인택시조합 법륜회와 함께 배추 500포기로 김치를 담갔다. 롯데 광복점 직원들은 오는 22일 중구 대청동 중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지역 내 홀로 어르신들에게 무료급식을 하는 '사랑의 식당'에서 봉사활동을 펼친다.
수영로교회는 오는 20일 지역 복지관과 불우한 이웃들에게 고추장·조미료 등 생필품을 담은 '러브상자' 1만개를 전달하는 행사를 열 계획이다. 연탄 같은 이웃의 작은 도움을 바라는 곳도 있다. '부산연탄은행'(☎051-246-2464)이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051-441-9423) 등이다. 특히 지난 10일 올해 개소식을 한 부산연탄은행은 연탄 기증과 자원봉사 신청이 예전 같지 않아 고민이다.
이 연탄은행의 올해 목표(내년 2월까지 어려운 이웃에 전달하는 연탄의 양)는 30만장. 지난해 25만장보다 20%가량 늘려 잡았다. 그러나 16일 현재 9만장 정도가 확보돼 있다. 부산연탄은행 강정칠 대표는 "지난해 15건이었던 11월 중 연탄 기증이 올해는 10건에 그치고 있고 자원봉사는 거의 없다시피한 상황"이라며 "어려운 이웃의 마음이 차가운 날씨보다 더 시리도록 만들면 안 되는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