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의 국채 금리는 지난 2주 동안 급등, 금융 시장에서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블룸버그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아일랜드의 디폴트(국가 부도) 확률은 51%로 집계됐다.

위기의 전운이 감돌고 있지만 아일랜드 정부는 구제금융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각) 브라이언 레니한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국영 RTE 라디오 방송에서 "(외부의) 관측과 다르게, 우리는 그 어떤 지원을 요청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유럽의 재정불량국의 채권 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것에 대해 유럽 관료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아일랜드는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지 않을 것이라도 누차 밝혀왔다. 구제금융 이후 뒤따르게 되는 국가 통제력 악화와 고강도의 재정긴축에 대해 비판적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5월에 EU와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의 경우에도 지원의 대가로 높은 수준의 재정긴축을 약속했었다. 이번에 아일랜드가 EU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게 된다면 여기에는 IMF도 관여하며 되며, 역시 높은 수준의 재정긴축이 요구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아일랜드는 상환이 임박한 국채가 없으며, 아직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즉각적인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아일랜드 채권을 내팽개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면 다른 유로존 국가들도 피해를 보기 때문에 아일랜드가 행동에 나서는게 좋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 때문에 다음주 유럽 정부 관료들은 브뤼셀에서 일련의 회동을 갖고 아일랜드의 구제금융 가능성을 논의할 방침이다. 16일과 17일에 각각 치러지는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와 EU 재무장관 회의에서 구제금융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것.

일각에서는 유럽 정부 관료들이 다음주 금융시장 개장 이전에 구제금융이 필요한 지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는 긴박한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이후 금융 시장의 관심이 아일랜드의 재정위기 가능성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아무런 조치 없이 상황이 이대로 진행되다가는 금융 시장이 악화일로로 치닫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거부하고 있어 곧장 지원이 성사되기는 어렵다. 지난 5월 그리스 재정위기 이후 EU가 결정한 구제금융 절차에 따르면 유로존 국가가 스스로 지원을 요청했을 때에 구제금융이 집행된다. 외부의 압력 만으로 구제금융을 진행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일랜드가 대외 신인도 추락과 경제적 주권 축소를 초래하는 구제금융을 계속 맹렬하게 거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구제금융 조기 집행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받게되면 포르투갈을 비롯한 다른 재정불량국에 대한 일련의 구제금융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8일 투자자, 애널리스트, 트레이더 103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블룸버그 글로벌 폴'에서 51%의 응답자는 아일랜드가 디폴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디폴트 가능성이 없다고 답한 비율(42%)을 능가했고, 디폴트 전망치는 지난 6월 조사 때보다 세 배 가량 높아졌다. 포르투갈(38%)의 디폴트 가능성은 아일랜드 보다는 낮은 38%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