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이면 김정일의 삼남 김정은이 44년 만에 열린 노동당 대표자회(지난 9월 28일)를 통해 공식 등장한 지 50일이 된다. 정부 당국자는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김정은의 동선(動線), 김정은과 함께 부상한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김정은의 북한'이 어디로 향하는지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관심은 한마디로 군부와 중국 등 '김씨 왕조'의 체제 보위에 필수적인 대상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14일 통일부에 따르면 김정은은 당 대표자회를 통해 공식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21차례 공개활동에 나선 것으로 집계됐다. 9~10월 당 대표자회와 노동당 창건 65주년 행사가 잇따라 열린 탓에 당 관련 행사 참석 비중이 7건으로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는 중국 관련(5건), 군사(4건), 문화(4건), 기타(1건)의 순이었다.

문화 행사로 분류된 은하수 관현악단 음악회,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 등이 당 창건 65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것임을 감안하면 김정은이 지난 50일간 집중한 분야는 대중(對中) 외교와 군사 분야로 압축된다.

김정은은 지난달 9일 노동당 창건 65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방북한 저우융캉(周永康)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중국군의 6·25 참전 60주년 기념 군중대회 참석, 방북 중인 중국 고위 군사대표단 접견 등 '중국 챙기기'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

특히 지난달 26일 김정일·김정은 부자는 6·25 당시 중국군 사령부가 있던 평남 회창을 당·군 수뇌부 20여명과 함께 방문해 마오쩌둥(毛澤東)의 아들 마오안잉(毛岸英) 등이 묻힌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묘'를 참배했다. 정부 당국자는 "전례가 없는 일로, 북한이 얼마나 중국을 극진하게 여기는지 대내외에 과시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공개활동 가운데 중국 챙기기 다음으로 두드러지는 것은 군부 등 체제 보위기관 시찰이다. 당 대표자회 이후 첫 공개활동으로 택한 것이 강원도 안변군의 미사일 부대(851군부대) 훈련 참관(10월 5일)이었다. 정보 당국에 따르면 제851군부대는 북한이 2006년 7월 5일 노동·스커드 미사일 6발을 발사할 때 사용된 곳이다.

이어 김정은은 지난달 25일엔 국가안전보위부(제10215군부대)를, 지난 3일엔 호위사령부 병력이 공사에 투입된 자강도 희천발전소 건설현장을 찾았다. 국가안전보위부는 우리의 국가정보원에 해당하며 호위사령부는 김정일 일가의 경호를 책임지는 부대다. 지난 12일 시찰한 인민군 제3875군부대의 경우 "우리의 경찰 격인 인민보안부 소속 부대라는 첩보가 있다"고 안보부서 당국자는 전했다.

김정은은 아직 경제 시찰이라 할 만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고위 탈북자 A씨는 "경제 살리기도 중요하지만 체제 보위와 중국 챙기기보다는 후순위라는 얘기"라며 "김정은의 국정 장악이 본격화하면 경제 현장 방문도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당 대표자회 이후 급부상한 북한 파워 엘리트 중에 가장 눈에 띄는 인물군은 사회주의노동청년동맹(사로청) 인맥이다. 사로청은 노동당의 청년 전위조직으로 조직원 수가 노동당원(최대 300만명 추정)보다 많은 500만명으로 추산된다. 현재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청년동맹)으로 개칭된 사로청은 장성택이 1990년대 위원장을 지내는 과정에서 차세대 파워 엘리트들의 요람이 됐다는 평가다.

황북 도당(道黨) 책임비서(도지사 격)를 지내다 당 대표자회를 통해 당 정치국 후보위원과 비서, 당 중앙군사위원직에 오르며 노동당 최고 실세로 급부상한 최룡해, 노동당 정치국 최연소(53) 후보위원이자 평양시당 책임비서 자리를 움켜쥔 문경덕, 최병관 전 대사를 6개월 만에 물러나게 만든 지재룡 신임 주중대사,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숨겨진 오른팔'로 알려진 리영수 당 근로단체부장이 대표적인 사로청 출신들이다.

이들은 북한 권부 최고 실세로 꼽히는 장성택이 오래 관여해온 사로청에서 경력을 쌓았다는 공통점이 있어 '사로청 4인방'으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