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9시. 서울 목동의 특목고 대비 전문 A학원 중등반은 한산했다. 4·5·6층 중등반 강의실은 수강생 없는 빈 교실이 태반이었고, 수업이 진행 중인 교실도 수강생 대여섯 명이 듬성듬성 앉아 있을 뿐이었다. 좌석 스무 개 남짓한 강의실에 두 명이 수업을 듣고 있는 반도 있었다.

인근 B학원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예년 같으면 다음달 치러질 특목고 입시 상담을 위해 심심찮게 학부모들이 들락거렸을 테지만, 이날 1층 상담 데스크는 적적하다 싶을 정도로 한산했다. 영어 독해·문법 종합반 수업을 듣는다는 중 2 여학생은 "예전엔 20명 정원에 항상 정원이 다 찼는데 요즘은 12~13명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 4일 강원외고 면접을 시작으로 외고·국제고 등 특목고 입시가 한창이다. 그러나 정부의 사교육비 절감 대책으로 올 입시부터 영어 듣기 평가와 경시대회 수상 실적 심사가 폐지되고, 외고는 영어 내신, 과학고는 수학·과학 내신만 반영하도록 한 뒤에는 특목고 대비 학원들 인기가 뚝 떨어졌다. 일단 사교육 절감효과는 내고 있는 것이다.

교과부가 특목고 입시 대비반을 운영하는 수도권 8개 학원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1월 861명이던 수강생 수가 정부가 특목고 입시 변경안을 발표한 지난해 12월부터 급격히 감소해 올해 1월엔 388명, 8월에는 288명으로 내려갔다. 3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특목고 입시 전문업체 '하늘교육' 임성호 기획이사는 "예년엔 잘 나가는 목동 특목고 입시 학원에 일산·부천·광명에서 온 학생들까지 모여들었지만, 지금은 학생 수가 대략 60%까지 줄었다"고 말했다.

또 올해 물리·화학 올림피아드 참가자는 지난해 대비 각각 36%, 41%씩 크게 줄었고,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생 TEPS 응시 인원도 2009년 대비 14~47% 감소했다.

대부분 학부모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서울 신림중 2학년 학부모 정모(42)씨는 "학원엘 안 다니면 영어 듣기시험 대비가 안 된다고들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월 30만~40만원씩 내고 보낼 수밖에 없었는데, 이젠 내신에만 신경 쓰면 되니 한시름 놓았다"고 말했다.

반면 딸을 2년간 특목고 대비 학원에 보냈다는 김모씨는 "영어·수학 내신 과외를 시키니까 사교육비는 예전만큼 들어간다. 학교에 제출할 포트폴리오 작성 때문에 학원 상담받느라 예전보다 사교육에 돈 더 쓰는 엄마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신림동 남강중의 목진덕 교사(영어)는 "내신 비중이 커지면서 2012년까지 학교 시험의 50% 이상을 서술형 문제로 출제해야 하는데, 채점 인력도 부족하고 학부모·학생들이 정답 시비를 거는 일이 잦아질 것으로 보여 걱정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