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일 변호사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 결과에 대해 불신이 커지고 있다. 'BH(청와대) 하명' 메모, '청와대 행정관의 대포폰 지급' 등이 새로 드러났다.

이 사건의 본질은 자유민주 국가의 최고 가치인 국민의 기본권을 국가기관이 권력을 남용하여 침해했고, 그 과정에 권력 실세들이 개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다는 점이다.

검찰은 공직윤리지원관과 그 부하직원 등을 기소하면서, 청와대 개입 혐의는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히고 수사를 끝냈다. 하지만 최근 '대포폰 지급' 같은 청와대 개입 의혹을 방증하는 근거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검찰이 청와대 관련 부분을 의도적으로 덮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모두 조사했으나, 당사자들이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증거자료를 인멸해 청와대 개입 의혹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수사 능력과 의지에 대한 의심은 지울 수 없다. 검찰은 당사자들이 혐의를 부인할 것이 예상되는 이 사건에서 수사팀 구성(지난 7월 5일) 이후 4일 지나 압수수색을 했다. 압수수색이 늦어지면서 당사자들은 핵심 증거를 거의 인멸했다.

사건을 기소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검찰은 법정에서 청와대 관련 증거들에 대해선 따져 묻지도 않았고, 이 사건의 '비선(秘線)보고 라인'으로 의심을 샀던 이(李)모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의 진술조서는 법원에 제출하지 않았다. 물론 범죄 혐의와 관련 없는 수사기록은 법원에 제출하지 않아도 되지만, 검찰이 끝까지 청와대를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현 정부는 후반기의 핵심지표로 '공정한 사회'를 표명했는데, 공정한 사회란 '정의로운 사회'의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정의로운 사회란 엄정한 법집행이 보장되는 사회이다. 국민이 엄정한 법집행의 사명을 부여한 기관이 바로 검찰이다. 이제까지 국민들은 권력형 비리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태도에 적잖이 실망해왔지만, 그래도 검찰이기에 '이번에는' 하는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이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나 국정조사를 언급하고 있다. 특별검사 임명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권력형 비리사건에서 살아있는 권력핵심에 다가가는 '몸통' 수사가 쉽지 않다는 것은 국민들도 알고 있다. 그래서 이런 사건의 수사는 언제나 검찰의 위상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수밖에 없다.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감수할 것인지 아니면 '역시 검찰은 다르구나'라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줄 것인지 선택은 검찰의 몫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재수사는 어떤 의미에서는 추락한 검찰의 위상을 높이고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 또다시 특검이 도입되는 굴욕을 당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는 무언가 위법하거나 부당한 것을 덮어버리고 싶다고 덮어버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검찰이 공정한 사회,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이번 사건에 대해 성역없는 수사를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인다면 국민들은 우리 검찰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부디 검찰의 존립 근거가 권력이 아니라 국민임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