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3일, 미국 애너하임에서 미국유아교육학회(NAEYC·National Association Education of Young Conference)가 열렸다. 미국 유아교육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NAEYC에서는 '아동의 긍정적인 자아발달'을 기초로 올바른 유아교육법을 논의하는 수백 가지 강좌와 도서·교구 전시회가 열렸다. 미국 전역에서 모인 수천 명의 유아교육 관계자들의 열기도 뜨거웠다.
미국 유·초등 교육은 스토리북(story book)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스토리북을 단순히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교육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학교에서 과학·사회 등 교과목을 가르칠 때도 스토리북과 연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NAEYC 학회에 참석한 제이와이북스 자문위원 금소영 박사는 "미국은 파닉스 교재도 스토리북과 접목해 가르친다. 교재 출판사에서도 함께 활용하면 좋은 스토리북을 추천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스토리북을 활용해 가르치면 아이들은 이야기 속에서 단어를 이해하고, 이야기를 들을 때의 즐거움을 간직해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더욱 쉽게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교육 관계자들은 '스토리북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읽힐 것인가'에 집중한다. NAEYC 학회에서도 스토리북 관련 강좌에 많은 교사가 참석했다. 특히 다양한 노래와 활동을 통해 책 읽는 즐거움을 알려주는 강좌들이 눈길을 끌었다. 'Music, movement, drama, and books'라는 주제로 강연한 마거릿 후턴(Margaret Hooton·St. Paul's Nursery School 교사)씨는 "생후 18~36개월의 유아용 책은 단어가 적더라도 충분히 시간을 들여 다양한 활동을 하며 읽어줘야 한다. 책에 핵심 단어나 문장이 있다면 그 부분을 읽을 때 특정 행동을 보여주는 식으로 아이의 시선을 끌어라"고 조언했다.
후턴씨는 '스노'(Snow·Uri Schulevitz 저)라는 책을 읽어주며 조지 윈스턴의 'winter'를 배경음악으로 하고, 책에서 'snow'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손으로 눈 내리는 모습을 표현하는 식으로 예시를 들었다. 'Old MacDonald Had a Farm'(Amy schwartz 저)을 읽을 때는 'Come to see my farm'이라는 노래를 함께 부르며 동물 소리를 입으로 흉내 내는 등 다양한 활동을 보여줬다. 또 'Mushroom in the Rain'(Mirra Ginsburg 저)을 읽은 다음에는 버섯·애벌레·새 등의 인형을 가지고, 이들이 버섯 아래서 비를 피하는 내용의 스토리텔링을 했다. 금소영 박사는 "책 내용을 그대로 노래로 부르거나 스토리텔링을 하기보다 각색해서 새로운 노래와 이야기로 들려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책 내용을 그대로 하는 것은 큰 소리로 읽어주기만 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Chicka Chicka Boom Boom'의 공동저자인 존 아셤보우(John Archambault) 씨도 "노래를 활용하면 단순하게 단어를 읽고 외우는 것보다 반복되는 리듬과 멜로디를 통해 단어를 쉽게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다"고 전했다.
5~7세 아이들을 위한 '대화하며 읽어주기(dialogic reading)' 강좌도 인상 깊었다. 최근 미국에서는 '큰 소리로 읽어주기(read aloud)'에서 벗어나 '서로 대화하며 읽어주기(interactive read aloud)'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대화하며 읽어주기는 사고력을 키워줄 뿐만 아니라 읽기와 말하기 실력을 동시에 높여주기 때문이다. 또 소리 내 말하면서 책에 나오는 새로운 단어를 완전히 익히는 데도 도움을 준다. 카르멘 브라운(Carmen Brown·Read to Succeed Buffalo 코치)씨는 "책에 나오는 새로운 단어를 아이들의 경험과 연관지어 대화를 나누라. 예를 들어 '우유'가 나왔다면, '아침에 우유를 마셨다, 우유는 젖소에서 얻는다. 젖소는 농장에서 산다'는 식으로 대화를 이어가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