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이며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치(65) 여사가 오랜 가택연금에서 곧 풀려날 전망이다. AFP통신은 10일 미얀마 군사정권 관계자를 인용해 정부가 수치 여사를 석방하기 위한 보안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년 중 약 14년을 양곤 시내 자택에 감금된 채 생활해온 수치 여사의 석방이 임박함에 따라 국제사회가 그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AFP에 따르면 정부의 연금 해제 움직임은 지난 7일 미얀마 총선에 대한 외부의 불신과 비난을 해소하려는 군정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총선 결과 친군부 정당이 80% 넘는 의석을 차지했으므로 이제 수치를 석방해 비난을 불식시키고자 한다는 것이다. CNN은 수치가 풀려나면 최근 군정이 시행한 미얀마 헌법 개정과 총선 결과의 합당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미얀마 민주화운동 지지자들은 괜한 핑곗거리를 제공해 또다시 구금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에서 활동 중인 민주화운동가 마웅 자르니는 CNN 인터뷰에서 "군정은 예전에도 그랬듯이 어떤 핑계로든 수치 여사를 다시 구금시키려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수치가 석방된 후 떠들썩하게 군부와 맞서기보다 야당 지도부와 만나 차분히 지지세력을 결집해나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수치의 변호사 니얀 윈은 "그동안 수치 여사가 조기 석방을 조건으로 당국으로부터 여러 타협안을 제시받았지만 응하지 않았다"며 "석방 후 야당 본부에서 직접 소감을 밝힐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미얀마 대법원은 11일 수치 여사가 제기했던 연금 기간 연장이 부당하다는 소송에 대해 기각판결을 내렸다. 수치 여사는 지난해 5월 한 미국인이 자택에 무단 침입한 것을 이유로 정부가 자신의 연금기간을 연장하자 소송을 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수치 여사가 13일 연금에서 해제되는 데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망했다.

미얀마 독립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아웅산 장군의 딸로 태어난 수치 여사는 유복한 삶을 버리고 민주화의 가시밭길을 택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을 나와 영국에서 학자이자 주부로 평범한 삶을 살던 수치 여사의 인생이 뒤바뀐 것은 1988년. 그해 어머니 병 간호차 미얀마에 와 있던 그녀는 3000여명이 군부의 총탄에 쓰러진 '8888 민주화 운동'이 터지자 민족민주동맹(NLD)을 창당해 민주화에 뛰어들었다. 1989년 첫 가택연금에 처해졌지만 이듬해 총선에서 수치의 NLD는 의회 전체 의석의 80%를 획득하며 대승했다. 그러나 군정은 선거 결과를 부정하고 권력 이양을 거부하면서 수치 여사를 가택 연금에 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