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피카소와 모던 아트〉전(展)은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 표현주의를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한 첫 전시여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독일 표현주의 화가들은 반 고흐와 뭉크, 프랑스 야수파 등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그들은 강렬한 색채와 왜곡되거나 과장된 형태를 통해 내면의 감정을 열정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표현주의 화가들은 세계대전을 앞두고 긴장감이 팽팽하게 고조되는 가운데 물질주의에 매몰된 사회를 비판하면서 인간의 존엄을 예술을 통해 회복하고자 했다. 야수파와 표현주의는 르네상스 이후 내려온 전통과 관습에서 벗어나 대상을 주관적으로 느끼는 대로 표현하면서 20세기 미술을 창조했다.

바실리 칸딘스키의〈풍경 습작(뒤나베르크)〉(1910, 판지에 유채).

뭉크의 〈겨울풍경〉은 표현주의 작가에 미친 그의 영향을 더듬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작가의 불안정하면서 복잡한 내면세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표현주의 작가들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형태가 왜곡되더라도 내면을 드러내고자 했다.

독일 표현주의의 대표는 드레스덴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다리파'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은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고 예술가의 내면과 현실세계를 연결한다는 의미에서 그런 이름을 붙였다. '다리파' 그룹은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를 비롯해 막스 페히슈타인, 에밀 놀데, 슈미트-로틀루프 등이 주축이었다.

'다리파'의 창시자이며 대표 작가였던 키르히너는 인간의 삶 자체와 관능주의를 파고들었다. 그는 1900년대 초 뮌헨에 머물면서 누드에 몰두했고, 이를 작품의 중요 주제로 다뤘다. 키르히너의 작품 〈여인의 누드(도도)〉에서 배경으로 깔린 화려한 직물을 통해 야수파인 마티스의 영향을 발견할 수 있다. 키르히너는 캔버스의 앞과 뒤 양면에 그림을 그리기도 했는데, 〈실내의 두 나부(裸婦)〉가 그중 하나다. 오스트리아 알베르티나 미술관의 클라우스 알브레히트 슈뢰더 관장은 "뒤에는 〈해변의 누드 청년과 소녀〉가 그려져 있는데, 두 작품의 위아래가 반대여서 작품 관리상 〈실내의 두 나부〉만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키르히너〈여인의 누드(도도)〉(사진 왼쪽·1909년경, 캔버스에 유채), 키스 반 동겐〈푸른 눈의 여인〉(1908, 캔버스에 유채). /ⓒKees van Dongen

야수파의 한 사람으로 활동했던 키스 반 동겐은 다리파에도 합류했는데, 〈푸른 눈의 여인〉은 강렬한 표현주의적 색채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는 날렵한 여인의 얼굴에 노란 뺨과 짙은 눈화장을 부각시켜 관능적이며 팜므파탈적인 이미지를 녹여냈다.

에밀 놀데는 인간의 순수함이 훼손되지 않았던 원시세계에 대한 동경을 표현했다. 남태평양 등 세계 각지를 여행하면서 얻은 영감을 화폭에 옮겼는데 〈달빛이 흐르는 밤〉은 고요한 명상의 세계로 이끄는 것 같다.

독일 표현주의인 '청기사' 그룹을 이끈 바실리 칸딘스키와 프란츠 마르크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기사(騎士)'는 악한 용(龍)을 물리친 성 게오르기우스를 상징하는 것으로, 물질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것을 추구한다는 철학을 말하고 있다. 칸딘스키의 작품은 감성적인 표현주의 방식에서 출발해 추상으로 발전했는데 〈풍경습작〉〈무제〉가 그런 변화를 보여준다. 1910년 그린 〈풍경습작〉은 그의 예술세계가 변화를 겪던 시기에 완성된 작품이다. 당시 야수파에 심취해 있던 그가 추상주의의 길로 들어서고 있음을 화려하면서 비현실적인 색채와 단순화된 형태가 보여준다. 1940년에 제작된 〈무제〉는 바다의 미생물을 연상시키는 듯 단순화된 형태를 갖고 있다. '청기사 그룹'의 공동 창시자인 마르크는 후기인상주의와 입체파의 영향을 받았다. 그는 〈바구니 속 고양이〉같이 인간이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순수함을 동물에게서 찾았다.

전시는 내년 3월 1일까지 이어진다. 입장료 성인 1만1000원, 초·중·고생 9000원, 유치원생 4000원. (02)757-3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