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한 지 석 달도 채 안 돼 갈라진 광화문 현판을 놓고 원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우리나라 육송(陸松)의 특성 때문에 생긴 자연현상"이라는 해명을 되풀이하지만, 목재 전문가와 목재 보존과학자들은 "나무를 충분히 말렸다면 석 달 만에 균열이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건조, 재건조 충분히 했나

문화재청과 현판 복원을 담당한 장인들은 한결같이 소나무는 충분히 건조했으며, 균열은 가을철 건조한 날씨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신응수 대목장은 "궁궐이나 사찰의 기둥과 서까래 등에도 균열이 심하게 있지만 전혀 구조적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무 문화재 권위자인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는 "두꺼운 기둥은 표면과 안쪽의 수분 함수율 차이가 커서 갈라지기 쉽지만, 얇은 현판 판재는 잘 갈라지지 않는다"며 "나무가 수분을 머금고 있는 함수율이 서울지역 대기의 평형함수율인 14~15% 정도까지만 건조시켜도 이런 균열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목재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목재 건조 기술이 고주파 진공건조, 고온 저습 처리 등 세계적 수준으로 발달한 시점에서 자연 건조에만 의존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촉박한 일정

광화문 복원을 총지휘한 신응수 대목장은 "원래 현판용 나무는 글씨를 새기는 각자장(刻字匠)이 구해야 하지만, 문화재청의 부탁을 받고 4~5년 전 강원도에서 벌채한 최고의 금강송 원통목을 5월 말에 얇게 켜서 7.5㎝ 두께의 판재 11장을 넘겨줬다"고 했다. 오옥진 각자장이 판재를 건네받은 것은 지난 6월 3일. 오씨와 전수조교 등은 판을 이어붙인 후 7월 8~20일 글씨 새김 작업을 마쳤고, 단청을 입힌 현판은 8월 8일 광화문에 걸렸다. 두 달 만에 판재를 이어붙이고 글자를 새겼다는 얘기다. 목재 보존과학자들은 "두꺼운 원통목은 속까지 마르기 어렵기 때문에 판재를 켠 후에 재건조 작업을 충분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책은

갈라진 현판에 대한 대책을 놓고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김원기 문화재청 궁능문화재과장은 "일단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내년 봄까지 부분 보수 작업도 하지 않고 두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목재 전문가들은 "이 상태로 두면 점점 더 갈라진다. 광화문 현판을 쩍 갈라지게 둘 셈이냐"고 지적한다. 박영근 문화재청 문화재활용국장은 5일 "이르면 다음 주 초에 복원을 담당했던 장인들과 목재 전문가, 고건축 전문가들을 모시고 대책회의를 다시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