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는 새끼를 낳으면 풀로 덮어둔 채 어미는 다른 곳으로 가 따로 지내다가 밤에만 와서 젖을 먹인다고 한다. 토끼의 체취가 너무 강해 새끼들과 함께 있으면 짐승들이 냄새를 맡고 공격해올 수 있기 때문이다. 모정(母情)이 너무 애틋해서 새끼 곁을 떠나야 하는 아이러니다."

인간 삶과 밀접한 관련을 맺어온 십이지(十二支) 동물 가운데 하나인 토끼. 한국·중국·일본의 학자 10명은 각국의 신화·종교·회화·서사구조에 등장하는 토끼 이야기들에서 각국 조상들의 삶과 구체적인 문화적 특성을 엿본다.

한국 설화 속 토끼는 병자(病者)를 위해 자신의 몸을 제물로 내놓는다. 중국에서는 한나라 이전부터 달 속에 토끼가 산다고 여겼다. 일본 사람들은 달 표면의 토끼 모양 그림자를 보며 달세계로 갔다는 아름다운 처녀 가구야히메를 떠올린다. "2007년부터 2009년에 걸쳐서 일본과 중국이 독자적인 탐사계획으로 쏘아 올린 달 탐사 위성은 각각 가구야, 항아 1호로 명명됐다." 일본의 경우, 신화·전설의 이미지는 최첨단 과학기술을 투입한 국가적 프로젝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