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세계화 시대'라고 한다.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상품·사람의 이동이 급증하고 가속화하고 있다. 한마디로 세계화는 국경을 넘는 '시장의 확대'이다.
이 시장의 확대가 인류에게 엄청난 부(富)의 증대와 지구촌 빈곤의 획기적 축소를 가져왔다. 산업혁명 직전인 1750년경 지구촌 위에 살던 사람들의 평균소득은 현재가격으로 180달러 정도였다. 그렇게 가난하던 인류의 삶을 2000년 현재 평균 6600달러로 올려놓았다. 또한 1980년 세계인구의 40.1%(14.7억명)에 달하던 절대빈곤인구를 2004년 현재 18.1%(9.7억명)로 줄여 놓았다.
그러나 세계화는 적지 않은 부작용도 양산하고 있다. 최근 경험한 세계금융위기·지구온난화·빈부격차·자원고갈 등 역기능도 심각하다. 과연 세계화는 앞으로 지속될 것인가?
갑자기 중단되거나 후퇴할 가능성은 없는가.
인류의 역사에는 진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역주행도 적지 않다. 사실 세계화는 최근 인류 역사에서 두 번 있었다. '제1차 세계화'는 1860년경부터 시작되어 1917년에 끝났다. 이 기간에 지구촌 위의 자본·상품·사람의 이동은 폭발적으로 늘었고, 세계 경제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1917년 제1차 세계대전으로 세계화가 중단된 후 1945년까지 인류는 반(反)세계화의 길을 걸었다. 각국은 자국 경제를 보호한다고 '관세 높이기 경쟁'을 했으나 결과는 세계교역량만 30% 줄이고 주요국의 실업률만 25%로 늘렸다. 세계공황이 엄습했고, 혁명과 전쟁, 볼셰비즘과 파시즘 등장이 뒤를 이었다. 세계화가 얼마나 허망하게 중단될 수 있고, 그 후퇴가 얼마나 큰 고통을 인류에게 주는가를 잘 보았다.
역사의 교훈을 배우지 못하면 역사는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 우리는 1980년경부터 시작된 '제2차 세계화'의 물결 속에 있다. 과연 이 제2차 세계화는 앞으로 얼마나 지속 가능할까? 제1차 세계화 때처럼 갑자기 역주행하는 일은 없을까? 불안정한 세계금융구조, 환경파괴와 양극화 진행을 이대로 두고 과연 세계화는 성공할 수 있을까?
이것이 21세기 초 인류가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이 문제를 못 풀면 인류 역사는 세계화 중단과 더불어 또 한바탕 혁명과 전쟁이라는 광기(狂氣)의 시대를 되풀이할 수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세계화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는 국제기구가 없다는 데 있다. UN· IMF·세계은행 등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IMF와 세계은행은 선진국의 이해관계, 특히 거대 금융자본의 이해를 과도하게 대변하고 있다. UN은 많은 나라가 목소리를 내지만 실제 집행능력이 없고, 반(半)세기 전에 만든 안보리의 거부권도 큰 장애가 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불가피하게 G20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찾는다. G20은 두 가지 뚜렷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선진국과 후진국이 동수(同數)로 참여하고 있어 양쪽의 이해를 공평하게 반영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각국 정상들의 모임이어서 여기서 합의하면 그 집행력과 추진력이 강력하다.
이 두 가지 장점을 최대한 활용, 제2차 세계화의 부작용과 문제들을 풀어야 한다. 환율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세계금융구조와 질서를 바로잡는 일이다. 이대로 두면 세계금융위기는 머지않아 반드시 또 올 것이다. 지구온난화 대처도 지금처럼 지지부진하면 인류의 재앙이 된다. UN·IMF 등의 구조개혁도 자체개혁에 맡겨선 절대 실패한다. 따라서 앞으로 G20은 세계금융구조 문제는 물론, 지구온난화·도하 라운드(Doha Round) 같은 미해결 문제들, 더 나아가 UN·IMF 등의 구조개혁 문제까지 해결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G20을 현재 같은 '포럼'이 아니라 '상설 국제기구'로서 빨리 제도화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G20의 의장국이 되어 서울회의를 개최하게 된 것은 감격스럽지만 책임감이 더 막중하다. 단순히 한 나라의 국격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이 제2차 세계화를 살려, 인류 미래에 다가오는 재앙을 막는, 지구촌의 대장정의 최전선에 서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