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보〉(232~286)=현대 바둑에서 최고의 드라마는 반집 승부다. 마지막까지 반집의 저울추가 오락가락할 경우 극적 효과는 배가된다. 반 집이 춤을 추는 이 바둑의 마지막 장면을 따라가 보자. 234가 백이 졌더라면 패착감. 참고도 1로 막아야 했다. 흑2가 후수 6집짜리지만 3 이하 15까지 백이 정확한 수순을 밟는다면 반 집 승이 확정된다.
그냥 234로 두었을 때 235가 날렵한 역습. 선수(先手) 1집짜리를 거꾸로 당해선 바둑이 극도로 혼미해졌다. 238에 흑이 응수하지 않으면 275의 곳을 집어서 대마가 잡힌다. 그렇다면 239 자리와 266 자리 둘 중 어디로 받아야 할까. 266에 받았더라면 상변 백진의 맛 때문에 흑의 반 집 승리였다. 여기서 운명이 결정됐다.
267로 272면 백이 반 집을 남기는 걸 확인하고 흑도 267로 버텨 왔다. 이 판의 클라이맥스다. 272까지 외길. 277로 280은 중앙 흑 대마가 팻감 부족으로 잡힌다. 백도 280으로 패를 더 버티는 것은 위험하다. 284 시점에서 공배만 남기고 구리가 돌을 거뒀다. 형식상 백의 불계승으로 끝났지만 계가를 했다면 고작 반 집 차이였다. (279…▲, 281…2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