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직원이 방송사 직원을 통해 방송사 내부 취재정보를 몰래 넘겨받거나 직접 내부전산망에 접속해 장기간 기자들의 취재 계획을 들여다본 사실이 밝혀졌다. MBC는 자사(自社) 기자들이 취재한 정보가 증권가 정보지에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게재된 것을 의아하게 여겨 감찰을 벌인 결과, 전산망 담당자가 2007년 MBC에서 삼성경제연구소로 직장을 옮긴 오모 부장에게 사내 메일을 통해 내부 정보를 전달한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오 부장은 퇴직 후에도 MBC 이메일 주소를 갖고 있었으며 이를 통해 정보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MBC는 또 오 부장이 작년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14개월간 소속 기자만 접근이 가능한 뉴스시스템에 접속, 당일 방송될 뉴스 내용과 편집 순서 같은 중요한 내부 정보를 미리 훔쳐봤다고 주장했다. MBC는 오 부장이 현직 기자들만 접속할 수 있는 시스템에 어떻게 접속했는지 조사 중이라고 했다.

삼성 직원이 언론사 내부 정보를 빼내거나 몰래 열람한 것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49조에 위배되는 불법 행위다. 언론사 내부 전산망에는 기자들의 취재 내용과 취재 계획은 물론 각종 정보 보고가 담겨 있다. MBC의 내부 전산망에 삼성 계열사나 삼성과 경쟁하는 기업들에 대한 취재 내용, 삼성의 이해관계와 밀접한 정부 정책이나 검찰 수사 내용이 포함돼 있었을 가능성도 크다. 삼성이 내부 전산망을 열람하면 자사에 불리한 뉴스가 방송되는지 여부를 미리 파악해 이런 뉴스가 보도되지 않도록 사전에 손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과거 독재 정권들은 정보기관을 통해 이런 수법으로 언론사 내부를 상시(常時) 엿봐 왔다.

삼성그룹의 정보 수집력과 로비력, 영향력이 우리 사회 각 분야 구석구석까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그런데도 삼성측은 "MBC에서 정보를 캐냈다는 오 부장이 상부에 보고한 적이 없어 그룹 차원에서 유감을 표시하거나 해당 직원을 징계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한국의 대표 기업답지 않은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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