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전관(前官) 예우'는 법조계의 일만은 아니다. 고위공직자들이 퇴직 후 대기업이나 법무법인으로 옮겨 '로비스트' 역할을 하면서 고액연봉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이 국가 공정성의 마지막 수호자라는 점에서 법조계 전관예우의 여파는 매우 크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에 따르면 2008년 1월~2010년 2월 사이 퇴직한 고위법관 출신 변호사 21명 중 15명이 마지막 근무한 법원의 사건 174건을 퇴직한 지 1년도 안 돼 수임했다. 올해 7월 퇴직한 검찰 간부 27명 가운데 15명은 바로 직전까지 근무한 검찰청 앞에 사무실을 냈다.
지방 출신인 C변호사(45세)는 "사법연수원 성적이 나쁘지 않았지만 연수원 동기들보다 나이도 많아서 법조계에서는 미래가 없다고 판단해 판·검사의 길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법원과 검찰이 특정 학벌과 인맥에 의해 독과점 상태로 '지배'되고 있는 상황이 영향을 끼쳤음은 물론이다. C변호사는 "능력 대신 인맥·지연·학맥이 좌우하는 뿌리 깊은 불공정성"에 대해 개탄하지만, 한국현대사를 관통하는 법조계의 끈끈한 동류의식은 변함이 없다. 법조계의 자폐적(自閉的) 이익동맹의 산물인 전관예우는 그 최악의 결과다.
많은 판·검사가 퇴직 후 자신의 직전 근무지에서 개업하는 관행은 '변호사와 판·검사의 인연이 양형(量刑) 수준에 영향을 준다'는 인식과 맞물려 사법정의를 위협한다. 전관예우는 높은 수임료로 국민에게 피해를 줄 뿐 아니라, '유전(有錢) 무죄, 무전(無錢) 유죄'의 속설을 강화해 '정의와 공정성의 지킴이'여야 할 법의 존재 이유를 해친다. 거물급 전관 변호사를 영입한 대형 법무법인의 형사사건 무죄율이 일반 형사사건보다 월등히 높다는 통계도 있다. 최근 퇴임한 김영란 전 대법관(54)은 수십억원의 수입이 보장된 변호사 개업을 과감히 포기함으로써 전관예우의 병폐에 대한 총체적 반성을 '강제'했다. 지도층의 솔선수범이 공정한 사회를 앞당긴다는 점에서 참으로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