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는 부족하고, 훈련장도 없어요. 올림픽 금메달 딴 게 기적이죠."
스피드스케이팅 전국남녀종목별선수권대회가 열린 29일 서울 태릉 국제스케이트장. 모태범·이승훈·이상화 등 밴쿠버 동계올림픽 영웅들이 총출동한 이날 스피드스케이팅 관계자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종잇장처럼 얇아진 선수층과 열악한 훈련 환경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국내에 스피드스케이팅 훈련과 경기를 할 수 있는 400m 트랙은 단 한 곳, 태릉뿐이다. 춘천 의암빙상장이 예산 부족으로 2007년 문을 닫은 후 대표팀을 포함한 전국의 모든 선수가 태릉에서 훈련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태릉 스케이트장은 낮에는 일반 동호인에게 개방되기 때문에 대표팀이 아닌 일반 선수에게 배정된 시간은 오전 6~8시, 오후 6~8시이다. 성남시청 손세원 감독은 "꼭두새벽부터 스케이트를 어떻게 타겠나. 제일 안 좋은 시간에 훈련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오후 6시부터 태릉 스케이트장은 초등학생부터 실업팀 선수까지 몰려들어 그야말로 '인산인해(人山人海)'다. 한 고등학교 감독은 "스피드가 제각각인 선수들이 함께 훈련하다 보니 충돌 사고로 부상이나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매일 춘천에서 태릉까지 왕복 3시간이 걸린다는 김한솔(소양중 1)은 "훈련보다 차 타는 게 더 피곤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스피드스케이팅과 달리 쇼트트랙 훈련을 할 수 있는 실내 빙상장은 전국에 약 35개. 이런 차이는 선수 수급의 불균형으로 이어진다. 빙상연맹 김태완 과장은 "훈련장이 많은 쇼트트랙은 전국에서 선수가 배출되지만 스피드스케이팅은 수도권과 강원도가 전부다. 경상도·전라도에서 태릉으로 원정 훈련을 올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가 쇼트트랙으로 전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거꾸로다. 쇼트트랙 출신 이승훈의 성공도 이런 추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