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위한 변론'(원제 'The Case for God')은 최근 종교논쟁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 명저이다. 영국의 세계적 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은 시카고대학의 미르치아 엘리아데와 하버드대학의 캔트웰 스미스의 입장을 창조적으로 결합하여 '침묵과 실천'이라는 제3의 길을 제시한다. 옥스퍼드대학의 리처드 도킨스가 쓴'만들어진 신'에 나타나는 전투적 무신론을 극복하려는 참신함도 돋보인다. 암스트롱은 종교가 지닌 신비의 차원을 강조하고, 기존의 교리 중심적 종교논쟁의 종식을 선언한다.

현대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독단적 근본주의자들은 각각 신앙과 과학의 논리를 앞세워 갈등을 증폭시켜 왔다. 암스트롱은 이 문제의 해결책을 서로 마음을 열고 신중하며 겸손한 자세로 임하는 대화에서 찾는다. "누군가의 신실한 믿음을 비난할 의도는 전혀 없다. 오늘날 신의 상징체계도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훌륭하게 작동하고 있다. 그들은 영감을 주는 의례와 활기찬 공동체 생활 속의 수련을 통해 초월적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한다." 21세기는 말 대신 침묵이 필요하고, 추상적 교리(dogma)가 아니라 구체적 실천(praxis)으로 대화하는 시대이다.

인간은 언어로 신(神)에 관한 교리를 발전시켜 왔지만 그와 동시에 무한한 초월적 신을 제한해 왔다. "신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는 선하지도 성스럽지도 강하지도 지혜롭지도 않았다. 심지어 신이 '존재한다'고도 말할 수 없었다. 우리의 존재 개념이 너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암스트롱은 오히려 근대 이전에 가톨릭 미사가 이해될 수 없는 라틴어로 행해졌기 때문에 더 신비롭게 느껴졌다고 주장한다.

신화의 의미도 재평가된다. 근대 이후 인류는 로고스(logos·이성)에 몰두하면서 뮈토스(mythos·신화)의 진정한 의미를 상실하였다. 신화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불안과 초조 속에 살아가는 인류에게 창조적인 삶의 동력을 제공하였고 궁극적 의미를 찾도록 이끌었다. 암스트롱은 이 신화의 의미를 실천을 통해서만 회복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실천으로 옮겨지기만 한다면 신화는 우리 인간에 관한 심오한 진실을 알려줄 수 있다." 신화가 의례의 형식으로 실천해야 이해될 수 있듯이 종교도 지속적이며 헌신적인 실천을 통해서만 이해가 가능하다.

인간은 오랜 수련 과정을 거쳐야 종교적 체험의 최고 상태인 엑스터시(ekstasis, 망아·忘我)의 고양(高揚)을 체험한다. "종교의 교리를 의례나 윤리적 행동으로 옮겨 행했을 때만 참된지 거짓된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근대에 "로고스가 눈부신 결과를 일궈내면서 신화는 신뢰를 잃었고 과학적 방법이 진리를 구하는 유일한 신뢰할 만한 수단으로 간주되었다." 결국 종교적 지식은 실천적 차원을 상실하고 이론적 차원에만 머물렀고, 행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교리를 맹목적으로 믿는 것이 되었다.

종교가 로고스의 척도에 맞추어 지나치게 합리화되면서, 근본주의와 무신론이 등장했고 그 상호 대립은 시간이 갈수록 심화되었다. 사실 무신론은 신 자체가 아니라 특정한 신 개념을 부정하는 종교이론이다. 기독교와 이슬람도 초기에는 무신론으로 간주되었고, 포이어바흐·마르크스·니체·프로이트 등의 전형적 무신론자들과 최근 등장한 도킨스·크리스토퍼 히친스·샘 해리스 같은 신(新)무신론자들도 근본주의의 신 관념을 집중적으로 공격해 왔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신무신론자들이 근본주의자들과 등을 돌리면서 주류 종교 전통들과도 대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암스트롱은 세계 종교를 연구하면서 자신의 삶이 무신론을 떠나 점차 유신론으로 변해왔다고 고백한다.

이 저서의 1부는 근대 이전에 신과 신성(神聖)에 관하여 말을 아끼는 전통을 다루고, 2부는 침묵의 통찰을 왜곡하는 근대적 신 관념의 출현을 기술한다. 암스트롱은 과거의 실수를 교훈 삼아 지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침묵으로 외경심을 표현하는 잃어버린 종교 전통의 회복을 촉구한다. 종교와 예술의 유비(類比)를 통해 이성을 넘어 영성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하는 것이다. "종교는 실천적 수련이라서 종교적 통찰은 관념적인 사색이 아니라 영성 수련과 헌신적인 삶의 방식으로부터 나온다."

저자는 말한다. 종교는 결코 명제적 진리로 환원될 수 없고 마음을 변화시키는 실천이라고. 경전은 다양한 의미로 재해석되고 시대의 한계는 어떤 형태로든 절대화되어선 안 된다. 이제 이웃 종교와 대화를 통해 함께 성숙하고 과학과 이성의 한계도 과감히 용인할 것을 주문한다. 저자는 극적인 회심(回心)보다는 점진적인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종교적 인간(homo religiosus)'의 출현을 예고한다. 이 책은 세계의 종교문화에 관심이 있는 독자는 물론 침묵에 서투른 현대인에게 영성과 종교의 새로운 의미를 알게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