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의 맛을 무엇이라고 정의 할 수 있을까요? 구수한 맛? 감칠맛? 참으로 애매하지요. 한마디로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것, 그것이 김치와 더불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된장의 맛입니다. 사실 그 다양하고 모호한 맛은 구성 성분의 비율 차이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는데요. 그 맛의 다양성과 포용성이 오랜 역사 속에서 질리게 하지 않고 버텨온 된장의 생명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장진 사단의 영화 이 개봉되었습니다. 제목부터 특이했고, 영화의 성격이 모호해서 (일단은 미스터리로 분류되어 있네요)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영화를 본 소감은 '된장' 같다는 느낌입니다. 맛은 있는데 무슨 맛인지 정확히 말하기 어려운 그런 영화 입니다.

방송국 PD인 최유진(류승룡)은 연쇄살인범 김종구의 검거 과정에 황당한 미스터리가 있다는 제보를 받습니다. 세상에 존재하기 어려운 된장 맛에 빠져 된장찌개를 먹다가 어이없게 체포되었다는 것이지요. 특종을 캐기 위해 최유진 PD는 이 된장 맛의 열쇠를 갖고 있는 베일 속의 여인, 장혜진(이요원)을 찾아 나서지만 전설 속의 된장과 연관된 인물들의 이어진 죽음으로 난관에 봉착합니다. 과연 그런 된장이 있는 걸까요? 그 맛의 비밀은 무엇일까요?

이러한 개괄적인 스토리 라인만을 두고 보면 미스터리 드라마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코믹 스릴러의 형태로 시작되다가 같이 애니메이션을 이용한 판타지의 모습도 보이고 같은 요리 영화의 느낌도 줍니다. 그리고 결말은 로맨스영화로 나아가지요. 은 여러 형태의 장르를 혼합하기를 좋아하는 제작자(장진)의 의도도 있겠지만 '된장'이라는 정의내리기 어려운 주제의 답을 얻기 위한 이서군 감독의 재치 있는 시도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친숙한 소재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본 시도가 신선하고, 된장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영화였습니다. 그럼 된장 속에 숨어있는 의학적인 비밀, 그 오해와 진실을 알아보겠습니다.

된장의 의학적인 평가는 그 역사가 깁니다. 『동의보감』 등에도 된장의 효능에 대한 언급이 있으며 전해오는 민간요법 속의 주된 재료 역시 된장입니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는 다쳐서 피가 나거나 벌에 쏘이면 일단 된장부터 바르곤 했지요. 황당해 보이기도 하는 '된장치료', 의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치료일까요?

먼저 된장에는 어떤 성분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쌀 등의 탄수화물이 주식인 한국인에게 콩은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습니다. 콩 발효 식품인 된장은 발효과정에서 영양성분이 더 풍부해지게 되지요. 부족하기 쉬운 필수 아미노산인 리신의 함량이 높아 성장과 뼈 형성에 중요한 도움이 됩니다. 또 된장에 들어있는 지방성분은 대부분 불포화지방산 형태로 특히 필수 지방산인 리놀레산이 나쁜 콜레스테롤이 체내에 축적되는 것을 막고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항암 효과가 있다고 하는 이소플라본도 풍부해 피부병과 혈관 질환 예방에도 효과가 있지요. 기억력을 높이는 성분인 레시틴도 풍부합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의 성분들은 발효 과정 중에 더 활성화되는 동시에 다양하게 증가합니다. 발효과정에 관여하는 효모 등의 미생물 자체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특히 바실러스 균에 의한 단백질 분해는 된장 특유의 향을 만들며, 발효의 산물인 글루타민산 농도가 된장의 맛을 결정하게 됩니다. 이 바실러스균이 배양되면서 만들어지는 '낫또키나제'라는 효소는 사람 피 속의 혈전을 용해시키는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발효에 관련하는 유산균이라고도 부르는 미생물들은 유해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여 장내의 환경을 건강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성분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이미 많은 영양학자나 의학자에 의해 입증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민간요법의 효능에는 어떤 것이 근거가 되는 것일까요? 몇 가지 예를 들어 살펴보겠습니다. 벌에 쏘이면 된장을 바르라고 합니다. 된장의 단백질 발효과정에서 나온 암모니아 성분이 벌 독을 중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소량이고 금방 기화되어 날아가지만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머리를 다치거나 무릎이 까져 피가 나면 된장을 붙이라고 합니다. 역시 발효에 관여하는 곰팡이 균, 효모 등은 유해 세균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또 염분에 의한 소염 작용이 있어 부종을 가라앉게 할 수 있겠지요.

배탈이 나면 된장은 물에 풀어 마시라고 합니다. 된장 속의 미생물이 장내의 유해 세균을 억제하고 장내 환경을 정상화하는 기능을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예들은 의학 교과서에 나오는 정통 치료법은 아니며, 이러한 치료법을 권할 수도 없어 실제 상황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습니다. 의학적인 분석을 통한 민간요법의 재미있는 해석, 그 정도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렇게 보면 된장은 만병통치약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요, 반대로 과하면 된장도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아주 소량으로 콩의 발효 과정 중에 생기는 아플라톡신 B는 발암 물질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된장에도 소량이 있을 수 있는데요. 영향은 없다고 하지만 많이 먹으면 좋지 않겠지요? 또 된장에는 10-20%의 많은 소금이 들어있습니다. 이 많은 소금이 된장의 결점 중의 하나입니다. 과량의 나트륨 섭취는 고혈압 등 성인병의 원인이 되고, 위암의 유발인자의 하나가 될 수 있겠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순도 100%의 염화나트륨을 찾아 나서는데 , 의학적으로는 나트륨의 함량이 낮을수록 좋은 소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대표 발효음식인 된장, 정말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맛과 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형언할 수 없는 맛 또한 매력적이지만, 그 속에는 세계가 놀랄 정도의 건강에 좋은 성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몸에 좋다면 무조건 챙기는 우리나라 사람들, 과하지 않게 적절히 먹는 지혜가 필요하겠습니다. 나누리병원 의무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