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수출 금지, 국내 광산업 재편의 결과물
-각국은 '자원 무기화'로 받아들여..反중국 노선 강화될수도

중국의 희토류 수출 금지는 무역 마찰과 영유권 분쟁을 해소하려는 반사적인 대응이라기보다, 지난 2006년에 기업 대형화를 추진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국내적인 산업 재편의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희토류 수출 금지가 자원 전쟁으로 비화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21일자 블룸버그는 중국이 4년전부터 광산업 등 주요 산업에서 국영 기업들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기업 대형화에 나서고 있다며, 희토류 산업에 본격적으로 고삐를 죄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보도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가격을 지지하기 위해 생산량 쿼터를 책정했다.

중국은 올들어서도 광산업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민간 희토류 업체들을 폐쇄하거나 합병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7월 중국 정부가 하반기 희토류 수출 쿼터를 72% 줄이겠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사용량의 90% 이상을 공급하기 때문에 각국은 경계 태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중국에 소재한 궈센증권의 펑보 연구원은 "이는 새로운 정책이 아니다"라며 "중국은 세계 희토류의 97%를 공급하는 공급국으로서, 생산과 수출을 통제할 필요가 있었고, 너무 싼 가격에 희토류가 팔리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도 컸다"고 말했다. 희토류 관련 협회를 이끌었었던 류아이셩도 지난 8월 한 인터뷰에서 "중국 중소 기업들의 과도한 채굴은 비효율성을 낳고 저가가 유지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며 "이 때문에 정부가 생산량 제한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런던에 소재한 메탈 페이지스에 따르면 생산량 쿼터 도입 이후 반도체에 사용되는 희토류 중 하나인 세륨 옥사이드의 가격은 6개월동안 7배 상승했고, 다른 희토류 가격도 2배 이상 올랐다.

그러나 각국은 중국이 자원 무기화에 나섰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에서, 대(對) 일본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일본의 항복을 받아낸 것은 명백하게 자원을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는 관측을 낳기 시작했다. 또 지난 18일 오전부터 중국이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할 예정인 희토류의 선적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뉴욕타임스(NYT)의 보도는 희토류 자원 무기화에 대한 우려를 심화시켰다. 중국의 미국, 유럽 희토류 수출 금지는 미국이 중국의 녹색 산업 보조금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하는 지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직후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 대학교 교수는 중국의 대응에 대해 "희토류를 두고 중국 정부는 걸핏하면 총질을 하려들고 있으며, 경제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희토류 자원 무기화 움직임에 미국 정부는 자국의 희토류 업계를 다시 부활시키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등이 희토류 생산을 늘려줄 것을 당부했다. 일본은 베트남과 손잡고 희토류를 공동 개발, 대(對) 중국 희토류 의존도를 낮출 방침이다. 희토류는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부품에서 록히드마틴의 레이더, 제네럴 다이내믹스의 탱크 등 최첨단 기술에서 필요로 하는 핵심 원소이기에 각국 정부의 우려는 높을 수 밖에 없다.

중국은 환율 정책에 대해서도 국내적 문제라는 데 더 방점을 두고 있다. 미 의회에서는 중국 때문에 미-중 무역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위안화가 달러화 대비 최대 40% 절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첸젠 중국 상무부 부부장은 지난달 "중국은 독립적으로 위안화 환율 수준을 결정할 것"이라며 "중국은 경제 발전 속도와 세계 경제 발전 상황에 근거해 환율을 절상하겠지만, 환율은 국내적 문제이며 미국 하원이 결정해야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국내 문제와 국제적 이해 관계가 상충할 때에는 당연히 팔이 안으로 굽기 마련이다. 역사상 유례없는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의 경우 더욱 그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는 등 영향력이 지대해지고 있기 때문에, 국내 문제를 해소하려는 중국의 노력은 세계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희토류 수출 중단이 국내 산업 재편의 결과물이라고 하더라도, 중국의 공급에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이는 국내적 문제가 아닌 국제적 문제가 되고, 반(反) 중국 정서 역시 높아지게 된다. 일본이 희토류 개발을 위해 중국과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과 협력하고 있는 것은 반중국 노선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경고를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