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전임자 70여명에게 지급할 임금을 조합비 인상으로 해결하려 한 기아자동차 노조 집행부가 결국 조합원들 반발에 부딪혀 3만여명의 조합원 전체가 참여하는 총회에 인상 여부를 묻기로 결정했다.

사측과 수당인상에 합의한 뒤 그 금액만큼 조합비를 올려 전임자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타임오프(유급근로시간면제) 제도를 우회 돌파하려던 기아차 노조 집행부의 전략이 벽에 부닥친 것이다.

기아차 노조는 21일 "조합비 인상안에 대한 조합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총회를 요구하는 서명이 진행되는 등 노조가 정상적인 업무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조합비 인상을 위한 규칙개정 건을 총회에서 묻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 8일 대의원 460여명이 참여하는 대의원대회에서 조합비 인상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전임자 월급을 주려고 내 월급을 깎는데 의사도 제대로 묻지 않고 일부 대의원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한다'는 조합원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결국 조합원 다수의 뜻에 따라 총회에서 조합비 인상을 위한 규칙 개정 건의 찬반을 묻기로 했다. 조합원 총회는 다음 달 중순쯤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8일 대의원대회에서 일방적으로 결정됐던 매달 1만4200원의 조합비 인상안은 3만여명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가 투표에 참여해 투표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지 않으면 무효로 처리되게 됐다.

현장의 기아차 평조합원 분위기를 고려하면 집행부가 추진했던 조합비 인상안은 통과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 기아차노조 조합원은 "집행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조합비 인상안을 밀어붙인 것에 대해 조합원 다수가 큰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 집행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림에 따라 이날까지 조합원 총회를 요구하는 서명을 받고 있던 기아차노조 내 분파 중 하나인 '기노련'은 서명작업을 중단했다.

기아차노조 관계자는 "조합비 인상 건에 대해 현장 조합원들 불만이 많은 데다 내년도 복수노조 시행 등에 따른 대응방안 마련이 필요해 총회를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