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마라톤은 세계적인 대회입니다. 춘천 시민 여러분은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겁니다."
황영조(40) 마라톤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춘천 의암호 코스는 각별하다. 그는 1995년 이 대회에 출전해 국내 부문에서 우승했다.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던 시기였다. 당시 그는 초반 5㎞ 내리막 지점에서 뒤 선수에 밀려 넘어졌다.
"세 바퀴를 굴렀죠. 엉덩이가 다 까지고 피가 흘렀어요. '포기할까' 생각도 했지만 쫓아가기로 했습니다." 황 감독은 국제 부문 우승자 로란도 베라(에콰도르)보다 2초가 뒤진 2시간11분32초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황 감독은 "넘어지지 않았다면 종합 우승했을지도 모른다"면서 웃었다. 당시만 해도 마라톤은 '철인(鐵人)'들의 경기였다. 일반 마라토너 참가자가 고작 200여명이었다. 지금 춘천마라톤엔 2만명이 뛰고 있다.
지금의 한국 마라톤은 황영조(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와 이봉주(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 이후 대가 끊길 위기에 처해 있다. 이에 대해서는 대표팀 감독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사선(死線)을 넘는 각오가 있어야 마라톤을 할 수 있다"며 "지금 후배 선수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집념과 헝그리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선수 시절 황영조는 오전 3시 30분에 '도둑 훈련'을 했던 악바리였다.
당시 정봉수(작고) 코오롱 감독이 40㎞ 훈련을 지시하면 그 두 배(80㎞)를 뛰기도 했다. 황 감독은 "마라톤에선 동료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고 상대 실수를 바랄 수도 없다"며 "훈련한 만큼만 결과가 나오는 정직한 스포츠"라고 했다.
황 감독은 이번 춘천마라톤에 심판위원장으로 나온다. 주로(走路)의 심판들을 지휘하고 기록을 공표하는 역할이다. 주로의 급수대에 대한 점검, 선수들의 정상적인 완주 여부도 살펴야 한다.
황 감독은 "풀코스(42.195㎞) 마라톤의 출발선은 아무나 설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고 했다. "5㎞나 10㎞ 대회와는 다릅니다. 준비가 돼 있고 자격이 있는 사람만이 풀코스 마라톤 출발선에 나설 수 있는 겁니다."
그는 일반 마라토너들에게도 당부 사항을 전했다. "급수대를 이용하려고 갑작스럽게 진행 방향을 바꾸거나 함부로 침을 뱉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에티켓을 잘 지키면 더 즐거운 축제가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