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반대 총파업으로 프랑스가 국가기능 마비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제2 도시 리옹에선 시내 가게들이 약탈을 당하고, 파리 근교 낭테르에선 경찰서와 법원이 시위대로부터 공격당하는 등 시위가 점점 폭력화하고 있는 가운데 20일에도 전국 곳곳에서 총파업 사태가 7일째 계속됐다.

이날 영국과 프랑스를 오가는 초고속열차 유로스타는 정상 운행됐으나, 프랑스 국철 구간 철도는 30%가량의 열차가 운행이 중단됐고, 수도권 전철도 50% 감편 운행되면서 출퇴근 교통대란이 이어졌다. 샤를드골공항, 오를리공항 등 주요 공항에선 관제사 파업과 연료 부족사태로 항공편이 20~30%가량 결항돼 수십만명의 여행객들이 발이 묶이는 불편을 겪었다.

정유공장의 생산중단 사태로 전국 주유소 30%에서 기름재고가 바닥나, 전국 곳곳에선 기름 구하기 전쟁이 벌어졌다. 고속도로 주유소마다 차량이 수백m씩 장사진을 이뤘고, 파리시내에서도 문 닫은 주유소가 늘어나 운전자들이 곤혹을 치렀다.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노동권도 시위의 폭력화에 부담을 느끼며 정부가 양보안을 제시해 노조에 퇴로(退路)를 열어주길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사르코지 정부는 "연금개혁은 불가피하며, 더이상 양보할 게 없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연금 100% 수급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올리는 내용의 연금개혁법안은 하원을 이미 통과했고, 상원 표결을 앞두고 있다. 프랑스 상원은 이번 주 중 연금개혁법안을 상정해 표결 처리할 예정이다. 현재로선 법안 통과가 확실시된다.

노동권에서도 연금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개혁안은 사무직 근로자보다 일찍 직업세계에 뛰어드는 생산직 근로자들에게 더 '오랜 노동'을 강요하는 불공정한 개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 현 정부가 부유층에 대한 증세(增稅) 등 다른 수단을 젖혀놓고 서민층의 희생만 강요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실업률이 높아지고, 소득이 줄면서 국민 불만이 고조된 점은 노동권이 전국단위 총파업 강행하게 만든 배경으로 작용했다. 현재 프랑스 국민 70%가 이번 시위를 찬성하고 있다.

총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프랑스 최대 노조연맹 CGT(노동총연맹) 내부의 갈등도 총파업 강행의 또 다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공산주의 계열 CGT는 강경그룹인 철도·항만노조가 중심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 내부 강경그룹이 이번 기회에 온건파 위원장 베르나르 티보를 제거하기 위해 상황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교생, 대학생, 실업자들이 주도하는 폭력시위는 노동권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사무직노조 중심 노조연맹 CFE-CGC는 19일 "현 상황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며 파업참여 중단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