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유형문화재 1~6호가 모두 모여 있는 곳, 해외 문화재 전문가들이 찾아보고 그 특이함에 놀라는 곳, 201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노리는 곳….

경기도 광주시, 성남시, 하남시에 걸쳐 있는 남한산성(南漢山城) 이야기다. 최근까지 서울과 가까운 등산 명소, 닭도리탕 등 단순히 놀고 즐기는 유원지의 이미지가 강했던 남한산성이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문화유산으로의 변신을 계획하고 있다. 경기도는 오는 2014년 남한산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겨냥하고 있다. 남한산성은 1636년 병자호란 때 인조가 청나라의 군대를 피해 47일간 항전을 벌이다 성을 내려와 항복해 '패배'의 이미지도 강했다. 하지만 경기도는 역발상을 통해 '남한산성은 단 한번도 함락되지 않은 성'이라는 사실을 살려 천혜의 산성도시임을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남한산성 행궁은 왕이 전시(戰時) 때 머물던 곳으로 약 2m 높이의 담장이 겹겹이 쌓여 있는 등 구조가 폐쇄적이다. 왕의 신변 안전을 위해 특별히 신경 쓴 점이 돋보인다. 오는 24일 하궐(왕의 정무공간) 및 부대시설 준공식을 앞둔 남한산성 행궁의 전경.

행궁 복원작업 10년 만에 마무리

오는 24일 남한산성에서는 행궁(임금이 이동할 때 머무르는 곳) 복원작업의 마무리를 알리는 남한산성행궁 하궐(왕의 정무공간) 및 부대시설 준공식을 개최한다. 총 10년간 203억원이 투입된 행궁 복원공사가 마침표를 찍는 것이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지난 1998년 남한산성 종합 정비 계획을 수립하고 행궁의 본격적인 복원에 돌입했다. 2000년 행궁지 발굴 조사를 시작으로 2002년 10월 상궐(임금이 잠을 자고 생활하던 공간), 2004년 8월에는 좌전(궁궐의 종묘에 해당하는 곳)을 복원했다.

남한산성은 역사·문화와 더불어 자연이 함께 살아 숨쉬는 공간이다. 단풍이 곱게 물든 성곽길.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 조두원 연구원은 "남한산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성곽으로 등재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것이 성곽, 산성도시라는 특징, 다양한 유·무형 유산의 보유"라며 "국가 지정 사적 480호인 행궁 복원이 거의 완료되면서 세계문화유산 지정 목표 달성에 탄력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남한산성에는 국가사적인 남한산성(사적 제57호)·남한산성행궁(사적 제480호)과 경기도 지정 유형문화재인 수어장대(제1호)·숭렬전(제2호)·청량당(제3호)·현절사(제4호)·침괘정(제5호)·연무관(제6호)과 지수당(문화재자료 제14호) 등 12개 문화재가 있다.

세계적으로 드문 산성도시 형태

지난 5일 남한산성 행궁에서 '남한산성의 세계유산적 가치 발견'이라는 주제로 열린 국제 학술심포지엄에는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성곽 분야) 등재 결정에 실질적인 조사·자문 및 현지 실사를 담당하고 있는 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의 IcoFort(국제성곽유산분과위원회) 밀라그로스 플로레스 회장(미국)과 ICOMOS 궈잔 부회장(중국)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남한산성은 세계적으로 봤을 때 찾아보기 힘든 '산성도시'의 형태를 갖고 있는 것이 높게 평가됐다고 한다. 총길이 11.76㎞에 달하는 성곽 내부에 평상시에는 주민들이 사는 마을의 역할을 하고, 전시 등에는 군사 요충지 기능을 담당한 특징이 도시계획사적으로 찾아보기 흔치 않다는 것이다. 건축사적인 측면에서도 남한산성은 신라 문무왕 12년 때 토성인 주장성(또는 일장성)으로 시작해서 조선 후기 석성까지 시대를 흐르는 성곽 축성술의 다양한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인정받았다.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 권신 기획팀장은 "불교, 유교, 천주교, 민속신앙 등 여러 종교와 관련된 역사 흔적이 남아 있어 무형유산적 가치도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행궁 복원 기념으로 남한산성 야외 특별전시장에서 열리는 '산성의 풍경, 역사의 기억' 전시회에서는 산성도시로서의 특징을 간직한 남한산성의 역사를 지도와 사진, 신문기사 등으로 되돌아볼 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이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 가능하다. 해설사로부터 사진에 깃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을 단풍의 품위도 돋보여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공간을 목표로 하는 남한산성에서는 매주 주말이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예술성이 높은 다채로운 공연이 열린다. 남한산성 숲속음악회 '산성소락(山城小樂)'은 오는 31일까지 매주 토·일요일 정오에 수어장대에서 열린다. 성남시립합창단, JS밴드 등의 공연이 준비돼 있다. 시조·가곡·판소리 등 다양한 분야의 공연을 한번에 감상할 수 있는 '풍류락' 공연은 23일 오후 2시 남한산성 침괘정에서 올해 마지막 10번째 공연으로 가을을 장식한다. '국악 전도사' 최종민 동국대 교수가 해설한다. 이외에도 도자기 만드는 체험 등을 할 수 있는 '남한산성으로 떠나는 도자기 여행'이 다음 달 21일까지 매주 주말에 열리는 등 풍성한 문화예술 행사가 마련돼 있다.

단풍 구경도 빼놓을 수 없다. 남한산성은 성곽과 단풍이 어우러져 고즈넉한 가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명소이다. 사방이 다 내려다보이는 수어장대에서 단풍으로 물들어 가는 남한산성의 전경과 멀리 도시의 모습을 바라보면 가을의 한가운데 서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성곽을 천천히 걸으며 단풍을 구경하는 재미는 어디에서도 느끼기 쉽지 않다.

남한산성은 자가용과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용이하다. 지하철은 5호선 마천역에서 내려 1번 출구로 나오면 등산로가 나오는데 남한산성 서문까지 약 60분이 걸린다. 8호선 산성역 2번 출구에서 버스 9, 9―1, 52번을 타면 남한산성 산성로터리로 간다. 남한산성 내에는 주차장 5개가 있어 자가용도 이용하기가 편하다. 문화행사 및 교통편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 홈페이지(www.ggnhss.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는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031-777-7500)이나 남한산성 도립공원 관리사무소(☎031-743-6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