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일본군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발행한 임시화폐(군표·軍票)를 거액으로 환전할 수 있다고 속여 돈을 가로챈 혐의로 군표수입책 고모(63)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유인책 김모(39)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0일 밝혔다. 판매책 임모(49)씨 등 일당 14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 등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필리핀에서 사용했던 군표를 인테리어용으로 수입한 뒤, 이를 거액으로 환전할 수 있다고 속여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김모(38·농업)씨 등 피해자 5명에게서 2억400만원 가량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군표는 점령지에 주둔하는 군대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정부나 교전단체가 임시로 발행하는 긴급화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범행에 쓰인 일본군표는 1943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서 발행돼 필리핀에서 사용된 진권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일본의 패전 이후 화폐로서의 가치는 사라진 상태다.
경찰 설명에 따르면 일본군은 군표를 워낙 많이 찍어내 필리핀에서는 술집의 벽지로 쓸 정도로 골동품으로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시중에서도 거래가 되지 않아 가격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
이들 일당은 구권 화폐 등으로 과거에도 사기 행각을 벌인 적이 있는 전문사기 전과자들로 수입책, 유인책, 연결책, 판매책 등으로 각자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입책 고씨가 2009년 6월 필리핀에서 통관비 등 150만원가량을 들여 군표 60kg를 인테리어 소품으로 위장해 국내로 들여오자 유인책은 사기 대상을 물색했다. 그러면 국정원이나 기획재정부 직원을 사칭한 군표 검수책이 나타나 군표를 감정하는 시늉을 하고 “현재 필리핀에서 사용되는 페소화인데 이상 없는 물건이다. 환전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해 피해자를 안심시키고, 판매책이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받아 챙겼다고 경찰은 전했다.
피해자 김씨 등은 “필리핀 화폐에 1억원을 투자해 은행에서 환전하면 5억원이 된다”는 말에 속아 은행에서 대출받거나 이웃에서 돈을 빌렸다가 돈을 떼였다고 경찰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