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사망한 채 발견된 황장엽북한 노동당 비서가 전날인 9일 이미 심장 질환으로 사망했다는 부검 결과가 나왔다. 지난 10일 경찰은 황씨가 10일 아침 반신욕을 하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었다. 서울경찰청은 19일 "황씨가 9일 오후 3시 10분쯤 집에 도착해 반신욕을 하던 중 심장 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며 "사망 추정시각은 오후 4시 전후"라고 밝혔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황씨 위에서 소화되지 않은 콩나물과 부추 등이 발견돼 마지막 식사 후 최대 3시간이 지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독극물이나 약물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오전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숨진 채 발견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의 안전가옥 전경.

경찰은 또 황씨 욕실과 비슷한 조건의 공간에서 반신욕에 적당한 40도 정도의 물이 시신 발견 당시 온도인 29도까지 떨어지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실험한 결과 18시간 안팎이 걸렸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당시 황씨 서재와 침실, 욕실 내부 온도가 31도 정도로 높아 물이 쉽게 식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황씨가 욕조 안에서 알몸으로 비스듬히 누운 채 발견됐을 때 입과 코가 욕조 물에 반쯤 잠긴 상태였다고 밝혔다. 황운하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은 "황씨가 반신욕을 하던 중 갑작스러운 심장 질환으로 몸을 가누지 못했고, 코와 입을 통해 욕조 물을 마시게 되면서 사망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씨 방에 5개의 비상벨이 있고 이 중 한 개가 화장실에도 있었지만 변기 옆에 설치돼 욕조 안의 황씨가 누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황씨 시신은 발견 당시 복부가 팽창해 푸른색으로 변해 있었고 시신이 굳어지는 사후경직(死後硬直)도 풀려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물에 잠겨 피부가 쪼글쪼글하고 하얗게 변하는 표모피(漂母皮) 현상도 상당히 진행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황씨 머리 부분의 피하출혈(가로 3㎝, 세로 2.5㎝)은 평소 피부가 약한 황씨가 자신의 강의를 듣던 강모(62)씨로부터 마사지를 받다 생긴 것이고 죽음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경호 허점' 문제도 제기됐다. 87세의 고령(高齡)이고 올해 초부터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차를 타고 내릴 때 곁에서 부축해야 할 정도로 쇠약해진 황씨가 자기 방에서 18시간 동안 아무 기척이 없었는데도 신변경호팀이 보호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황씨의 이상 여부를 수시로 확인하겠다는 뜻을 전달했지만 황씨는 "사생활에 간섭하지 말라"며 완강히 거부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황씨는 지난 5월 부정맥 진단을 받아 매일 약을 복용했고 지난달에는 야간 강의 일정도 조정했다. 매일 오후 6~8시쯤 강씨에게 걸던 안부 전화도 사망 당일에는 하지 않았고, 가사도우미가 냉장고에 넣어둔 곶감 등 저녁 간식거리도 손대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경찰은 황씨의 사망 원인에 타살 혐의점이 없어 내사(內査) 종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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