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보는 앞에서 주부를 성폭행하는 등 20여 차례에 걸쳐 강도강간을 일삼은 혐의로 기소돼 지난 7일 사형이 선고된 허모(44)씨의 범행〈본지 8일자 A1면 참조〉 전모가 드러난 데는 'DNA(유전자) 수사'가 결정적 역할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수원지검 여주지청(지청장 박은석)에 따르면 허씨가 24차례에 걸쳐 저지른 강도강간 범죄 가운데, 자녀가 보는 앞에서 주부를 성폭행한 가정파괴형 범죄 10건은 모두 DNA 수사로 밝혀낸 것이다.
허씨는 지난 4월 체포 당시에는 단순 강도강간 사건 6건의 피의자였다. 주로 여성이 혼자 있는 가정집에 침입해 금품을 빼앗고 성폭행을 한 사건으로, 검찰은 범인의 얼굴을 기억하는 피해자의 진술 등의 증거를 통해 범행을 입증했다. 허씨가 6건의 강도강간 혐의로만 기소됐을 경우 유기징역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컸다.
검찰은 그러나 미제로 남아 있던 비슷한 유형의 범죄를 뒤졌고, 총 18건의 사건에서 범인이 남긴 DNA가 허씨의 것과 같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18건 중 10건은 어린 자녀들이 옆에서 울고 있는 상황에서 저지른 성폭행이었다.
허씨는 주로 "아래층 사람인데 화장실에서 물이 새는 것 같다"거나 "수도 검침을 나왔다"며 초인종을 누른 뒤 가정집에 침입하거나, 아이를 유치원에 배웅하고 집에 들어오던 주부 등을 노렸다. 2002~2006년까지 한 달에 2~3차례 범행을 저질렀는데, 같은 날 두 차례 성폭행을 한 경우도 있었다.
허씨는 2006년 공개수배돼 얼굴이 알려지자, 성형외과에서 쌍꺼풀 수술을 하고 보톡스를 맞는 등 얼굴을 바꿨지만 DNA 앞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허씨는 DNA 증거를 들이대자 범행을 자백했다.
검찰 관계자는 "미제 사건의 피해자들이 용기 있는 신속한 신고로 범인의 DNA 증거를 확보해 놓았기 때문에 허씨의 여죄를 입증하는 것이 가능했다"며 "피해자가 범인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강력범죄의 경우 DNA는 가장 명확한 증거"라고 말했다. 검찰과 경찰은 지난 7월 26일부터 시행된 'DNA 채취·관리법'에 따라 현재까지 총 5000여명의 DNA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등록했고, 이를 통해 성폭력·절도 등의 미제 사건 170여건의 범인을 밝혀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