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된 광부들… "지하 감옥에서 온 기념품" "딸이 날 살려"

69일 만에 만나는 세상이었다. 그런데 광부들의 입에선 감사와 희열, 때로는 유머가 터져 나왔다. 첫 구조자인 플로렌시오 아발로스는 수줍음이 많았다. 별다른 발언 없이 가족과 뜨겁게 포옹했다. 그러나 7살짜리 아들 바이론은 아버지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을 터뜨렸다. 쾌활한 성격인 마리오 세풀베다는 정반대. 산타처럼 어깨에 메고 온 자루에서 돌을 꺼내 선물이라며 구조대원들에게 건넸다. "지하 감옥에서 온 기념품"이라는 말에 주변 사람들은 박장대소했다.

최연소자인 19세 지미 산체스는 "가장 힘들 때 내게 딸 에스페란사('희망'이라는 뜻)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버텼다"고 말했다. 그의 여자 친구는 그가 매몰된 지 한 달 만에 딸을 출산했다. 8번째로 구조된 클라우디오 야녜스는 결혼을 앞둔 여자 친구를 뜨겁게 껴안았다. 야녜스는 지하 피난처로 연결된 구호용품 전달용 구멍을 통해 여자 친구에게 프러포즈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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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압 사용한 최신 기계가 구조 두 달 앞당겨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에서 공수해온 드릴 장비 '슈람 T130'은 "성탄절쯤 구조용 터널을 뚫을 수 있을 것"이라던 초기 전망을 두 달 이상 앞당기며 '기계 영웅'으로 떠올랐다. 동시에 세 군데서 진행된 드릴 작업 중 '플랜 B'라 불리던 슈람 T130이 성공한 것은 이 기계만이 장착한 공기압축기의 공이 컸다. 뉴욕타임스는 "다른 드릴 장비는 날카로운 날을 회전시키는 방식만을 사용해 구멍을 뚫어 내려간 반면, 슈람 T130은 회전과 동시에 압축된 공기를 아래로 쏘아 암석을 부수는 두 가지 드릴 방식을 동시에 진행했다"고 전했다. 강력한 '공기 망치'와 흡사한 '공기 압력형 드릴 날'은 산호세 광산처럼 건조하면서 잘 깨지는 돌로 이뤄진 지질에 적합하다.

◆전쟁에서 돌아온 군인과 유사한 트라우마 겪을 수도

지상에 올라온 광부들은 간이 진료소에서 검진을 받은 후 코피아포에 있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들에겐 여러 후유증이 우려된다. 우선 지하와 지상의 기압 차에 따른 '잠수병' 증세다. 안토니오 지코스 앨러케니 제너럴 병원 신경과장은 "구조용 캡슐을 아무리 천천히 끌어올렸다고 하더라도 전신 통증과 호흡 곤란 같은 잠수병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간 햇볕을 쬐지 못하면 비타민D의 부족으로 뼈가 약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어둠 속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정신적인 고립감과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사망의 공포'에 시달린 까닭에 생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칠레 정부는 광부들이 받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칠레 국영TV에만 구조 장면 근접 촬영을 허락했다. 혹시라도 일어날 불상사를 대비해 구조 장면은 30초의 시차를 두고 중계됐다.

◆저작권료 최소 1만달러… "그래도 광부로 일할 것"

"에바 페론 이후 가장 큰 '미디어 서커스'"(영국 인디펜던트) "산호세 광산은 이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광산"(미국 CNN)…. 세계 유명 인사가 된 33명 광부들의 앞날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광부들과 가족에게 거액의 출판 및 영화 제작 의뢰가 쏟아지고 있다. 한 방송사는 단독 인터뷰 대가로 2만달러의 출연료를 제시했다. 온라인 저작권 중개업체 CEO인 스캇 맨빌은 "광부들의 기적 같은 이야기에 대한 저작권료는 약 1만달러, TV 드라마 등으로 만들려면 5만~10만달러는 지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부들은 구조 후 언론의 관심에 대비해 6차례에 걸친 미디어 교육을 통해 '입'을 맞췄다. 이들이 일하던 광산회사는 사고로 인해 문을 닫게 됐지만 광부들이 스타가 되면서 각각 수천건의 일자리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세풀베다는 "우리를 예술가처럼 대하지 마라. 나는 광부로 계속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Snapshot] 기적의 생환…지하에서 어떻게 버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