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원곤)는 13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태광그룹 본사와 부산 동구 좌천동 고려상호저축은행 본점 등 계열사 2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9시부터 검사와 수사관 20여명을 보내 회장 집무실과 재무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상속·증여와 관련한 내부 문서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관련자료 30~40상자 분량을 확보했다.

검찰은 태광그룹 이호진(48) 회장이 계열사의 신주(新株)를 저가(低價) 발행하는 방식으로 아들 현준(16·고등학생)군에게 그룹의 지분을 편법 상속하려 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물 등을 정밀 분석해 태광그룹이 계열사 신주를 싼값에 발행해 이씨 아들에게 몰아줬는지를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13일 저녁 서울 중구 장충동 태광그룹 사옥을 압수수색한 검찰이 자료를 담은 상자를 차량에 싣고 있다.

이에 앞서 태광산업의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사모펀드 서울인베스트는 "태광그룹의 불법 상속·증여로 기업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인베스트는 "미국 보스턴에서 유학 중인 현준군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태광그룹의 주요 비상장 계열사 지분의 49%를 소유하는 등 사실상 태광그룹을 지배하고 있다"며 "태광그룹은 2세에게 그룹을 세습하기 위해 온갖 불법과 편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태광그룹은 1950년 이임용 전 회장(1921~1996)이 창립한 석유화학과 섬유 전문회사인 태광산업을 모태로 70년대 흥국생명과 대한화섬을 인수하면서 종합그룹으로 성장했다. 올 4월 현재 자산 14조9000억원 규모로, 재계 40위권 그룹이다. 주요 계열사로는 대한화섬흥국화재, 흥국생명, 고려상호저축은행, 예가람상호저축은행, 흥국증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