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전직 고위 간부들이 강경한 어조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는 공개서신을 발표했다.
당과 정부의 정치·문화·언론 관련 분야에서 일했던 간부 출신 개혁파 인사 23명은 12일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 앞으로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출판심사제도를 폐지하고 진정한 언론 자유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중에는 마오쩌둥(毛澤東)의 비서 출신으로 마오의 경제 개혁에 반대하다 면직당한 리루이(李銳), 대중의 목소리를 대변하다 해직된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전 사장 후지웨이(胡績偉) 등이 포함됐다.
13일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 명보(明報) 등 홍콩 신문들에 따르면 이들 개혁파 인사들은 공개서신에서 “중국 헌법에는 공민의 언론, 출판, 집회, 결사, 여행, 시위의 자유가 규정돼 있으나 실제로는 이러한 자유가 실현되지 않는 ‘거짓 민주(假民主)’ 상태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SCMP는 이러한 공개서신은 통상 별다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관련자들이 처벌받는 것으로 끝나지만, 이번에는 서명자들이 고위급이어서 이들을 처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공개서신은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에 대해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거듭된 정치개혁 발언까지 검열해 공민들의 알 권리를 박탈하는 '검은 손(黑手)'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공개서한은 언론 매체들이 당과 국가기관으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도록 독립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자들을 임의로 체포하고, 인터넷 게시글과 댓글을 임의로 삭제하는 등의 관행도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중국의 독자들이 홍콩과 마카오에서 발행되는 저작물이나 서적을 제한 없이 볼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촉구하는 등 언론, 출판의 자유와 관련한 8가지 사안을 요구했다.
개혁파들의 공개서한은 지난 8월 중국 지방정부의 이주정책을 고발하는 책을 냈다 공안당국에 체포된 셰자오핑(謝朝平) 사건이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셰는 지난 5월 산시성 싼먼샤(三門峽)댐 이주민들의 삶을 다룬 ‘대이주(大遷徙)’라는 책을 출판했다. 그는 산시성 공안에 ‘불법영업’ 혐의로 체포됐다 30일만에 풀려났다.
중국 개혁파 인사들의 공개서한은 류샤오보(劉曉波·54)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중국의 인권상황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오는 15일 개막하는 중국 공산당 제17차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17기 5중전회)를 코앞에 둔 시점에 발표된 것이어서 상당한 정치적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공개서신 발표자 가운데 한 명인 중페이장(鍾沛璋) 전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 국장은 “현재의 언론출판 환경은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라며 “이 공개서한은 표현의 자유를 위한 투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