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장남 김정남(39)은 지난 9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일본 아사히TV와 만나 "개인적으로 3대 세습에 반대한다"면서도 '김정은이 도움을 요청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저는 해외에서 언제든지 동생이 필요로 할 때 도울 용의가 있다. 저는 언제든지 동생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3대 세습 반대'와 '김정은 돕겠다'는 표면상 모순된 발언이다. 이조원 중앙대 교수는 "후계에서 완전히 밀려난 김정남의 '생존 전략'이 엿보인다"며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면서도 북한 새 지도부와의 갈등은 피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반면 통일부 관계자는 "지금 김정남의 마음속은 후계에서 탈락한 서운함보다는 어린 동생한테 당할 뻔했다는 공포와 원한이 클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정남은 '장남인데 후계자가 되지 못한 것이 괜찮으냐'는 아사히TV의 질문에 "원래 유감스러운 점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을뿐더러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답했다. "(세습에는) 나름대로 내부적 요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부적 요인이 있으면 그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생(김정은)이 북한 주민들을 위해서, 정말 주민들의 윤택한 생활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줬으면 한다"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 민감한 질문에는 대답을 흐렸다. 그는 '후계작업을 서두르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자 "내부적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 대해 지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화기애애한 北·中…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저우융캉(周永康)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정법위원회 서기(당서열 9위)에게 오른손을 뻗으며 뭔가 말을 건네자 저우 상무위원이 환하게 웃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1일 두 사람이 오찬을 함께 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김정남이 "해외에서 돕겠다"고 말한 대목은 북한에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2008년 8월 김정일이 쓰러진 직후 평양에 들어갔다가 나온 이후 2년이 넘도록 북한 땅을 밟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북 전문가들은 김정남의 "3대 세습 반대" 발언을 가장 주목하고 있다. "김정은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안보 부서 당국자)는 분석이 많다. 겉으로 말은 안 하지만 북한 간부들과 주민들의 마음속에는 이제 20대 후반인 김정은을 '그깟 놈'(황장엽 전 비서의 김정은에 대한 평가)으로 보는 심리가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김정남도 이런 속내를 품을 수 있다. 요즘 북한 권력기관들은 앞다퉈 김정은에 대한 '충성 맹세'를 하고 있지만 김정일의 갑작스런 유고 시 상황이 어떻게 급변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그럼에도 '왕자의 난'은 현 국면에서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권력은 이미 김정은에게 상당 부분 넘어갔다"며 "김정남의 북한 내 세력은 대부분 제거됐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