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숨진 채로 발견된 황장엽(87) 북한 노동당 전 비서는 그간 북한에서 '암살대상 1순위'로 공공연히 지목돼 왔다.
황 전 비서는 지난 1997년 한국에 망명한 뒤, 줄곧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권력층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해왔다. 최근 후계자로 지명된 김정은(27)에 대해서도 지난 3월 방미(訪美) 중 강연에서 "그깟 놈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그깟 놈 알아서 뭐하나"라며 평가절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북한 고위층은 줄기차게 황 전 비서에 대한 암살을 시도했다. 가장 최근에는 "황장엽이 자연사 하도록 내버려두면 안된다. 황장엽의 목을 따라"는 지령을 받은 북한 정찰총국 소속 공작원 김명호(36·소좌)와 동명관(36·소좌)가 올해 1월 국내에 잠입했다가 국가정보원에 덜미를 잡혔다.
조사 결과 두 공작원은 국내에 정착한 이후 탈북자 동지회에 가입해 활동하면서 황씨의 소재를 파악한 후 정찰총국으로부터 지령을 받아 1~2년 내에 황씨를 암살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체포된 뒤에도 "(황씨를 암살하라는)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라며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보다 앞선 2006년에는 탈북자로 위장한 간첩 원정화(36)가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을 통해 황 전 비서에 대한 접근을 시도했다. 중국 주재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의 공작원이던 원정화는 1999년부터 이른바 '반역자 색출' 작업을 벌였다. 특히 황장엽과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 등 주요 탈북 인사들의 인적 사항과 그들의 소재를 파악하는 것이 주 임무였다.
이처럼 끊임 없는 암살 위협에도 황 전 비서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4월 자신에 대한 암살조 2명이 체포된 뒤, 본지 인터뷰에서 "어차피 김정일은 할 일이 그것밖에 없으니 계속 이런 시도를 할 것"이라며 "내 나이가 몇인데 그런 걸 신경 쓰겠느냐. 내 존재로 북한의 악랄함을 알리면 좋은 것 아닌가"라고 말했었다.
그리고 10일, 황 전 비서는 북한 고위층의 바람과 달리 '편안한' 상태에서 세상을 떠났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욕조에서 좌욕을 하는 상태로 숨졌다"며 "심장마비에 따른 자연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