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한 각국 경제 수장들은 환율 문제에 대한 논쟁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주로 글로벌 경제 성장의 균형을 맞추자는 데 초점이 모아졌다.
8일(현지시각)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워싱턴에서 개막한 IMF-WB 총회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들은 중국과 같은 수출대국이 내수 소비를 늘려야,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이 글로벌 경제 회복에 타격을 주지 않고 자국의 재정을 다시 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관들은 달러화 약세에 따른 다른 국가들의 통화 강세가 지속되면, 수출을 부양하기 위한 환율 절하 움직임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표명했다.
크리스틴 라가드 프랑스 재무장관은 "(환율 절하 움직임이 확산되는 것은) 전쟁이라고는보지 않지만, 전적으로 부적절하고 부적합하며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IMF에 글로벌 감독국으로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랑스는 다음 달 한국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IMF의 역할에 대해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최종적으로는 각국의 책임이 중요하겠지만, IMF는 당면한 문제와 취해야 할 행동에 대해 효과적으로 언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낮은 통화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환율 절상을 막고 외환 시장에 개입하는 국가들이 글로벌 회복세를 위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는 "중국이 시장에 기반한 환율 체계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해결 방식에) 차이점이 있다면 중국은 이 문제를 '충격 요법'이 아닌 점진주의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박에는 정치적인 의도가 숨어있다"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훨씬 온건한 수위의 발언이다.
지난달 일본이 엔고(高)를 억제하기 위해 6년여만에 외환 시장에 개입한 뒤 다수의 신흥국들은 해외 자금 유입 규제 등 환율 방어에 나서기 시작했다. 아울러 수년 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중국의 위안화 환율 문제에 대한 압박도 커졌다.
각국의 환율 방어가 환율 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브라질 등 신흥국들은 G20을 통해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귀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이번주 초에 "G20에서 1985년의 '플라자 합의'와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의 경제 회복세가 부진하고, 신흥국이 글로벌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기 때문에 신흥국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IMF는 내년에 신흥국의 경제성장률이 선진국의 세 배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신흥국은 경제력이 커진 만큼 IMF에서의 의결권이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유럽이 의결권 일부를 내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IMF 관계자들은 다음 달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의결권 개혁 문제가 진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한편 G20에서는 환율 문제의 공통 해법을 찾기는 어렵고, 주요 선진국을 대표하는 선진 7개국(G7)이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환율 문제를 논의할만한 적당한 (국제적) 포럼이 없었다"며 "G20에서는 많은 국가의 이익이 교차하기 때문에 환율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어렵고, G7이 이 문제를 논의하기에 적합한 자리"라고 말했다. 미국, 일본, 영국 등을 포함하는 G7은 이날 만찬에서 경제 회복과 환율 문제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