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희씨 자살을 계기로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환자들의 통증 관리가 새삼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전문의들은 최씨가 홍반성 루푸스로 장기간 만성 통증에 시달렸고, 그것이 우울증으로 이어지면서, 끝내 극단의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의학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통증이 지속될 경우 그 자체가 우울증을 유발하게 된다. 고려대병원 정신과 이화영 교수는 "통증에 시달린 기간이 길수록, 통증이 신체 여러 곳에 다발성으로 나타날수록 우울증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며 "우울증 환자의 90%는 만성 통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윤영호 전문의는 "만성 통증은 불면증도 불러와 온종일 전신 피로감을 일으켜 '이렇게 살면 뭐 하나' 싶은 생각을 갖게 한다"며 "최씨도 그런 케이스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만성 통증에 대한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암 환자 통증은 호스피스·완화의료 체계 등을 통해 관리되는 편이지만 최씨 경우처럼 만성질환으로 인한 통증은 상대적으로 관리가 체계적이지 못하고 관심도 덜 받는다.

윤영호 전문의는 "모르핀 등 마약성 진통제를 암 환자에게 많이 쓰지만, 만성질환자에게 사용하는 것은 의사나 환자가 주저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하지만 세계보건기구에서도 만성 통증에 강력한 진통 효과를 내는 약물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환자에게 마약성 진통제를 자주 쓰면 약물로 인한 '마약 중독' 현상이 우려돼 사용을 꺼렸으나, 약물 사용 지침대로만 투여하면 그런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최근의 연구 결과라고 윤 박사는 전했다. 현재 통증 치료에 모르핀 등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할 경우 건강보험 적용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일반적인 진통제나 소염제로 해결되지 않는 만성 통증을 앓는 환자들은 질병 치료와 관련된 내과나 외과 진료 외에 마취통증의학과나 통증클리닉 등을 통해 체계적인 진통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는 것이 권장된다. 또 만성 통증으로 우울감이 지속될 경우 정신과 상담이 필요하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