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여 동안 경리로 일하면서 빼돌린 회사 돈 14억여원을 명품 구입과 해외여행으로 탕진한 30대 여성이 경기 광주경찰서에 구속됐다. 본지 10월 2일
김모(35)씨는 고교 졸업을 앞둔 1993년 12월 경기도 광주에 있는 금속업체에 취업했다. 회사는 종업원 12명인 알루미늄 패널 제조공장. 회사는 성실한 김씨에게 경리 업무를 전담시켰다.
김씨가 회사 자금에 손을 댄 것은 입사 10년차 되던 2002년 1월. 당시 김씨의 월급은 150만원이었다. 신용카드 대금이 밀려 있던 김씨는 거래처에서 회사 계좌로 송금한 320만원을 자신의 통장으로 이체시켰다. 한두 달이 지나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100만~300만원씩 몇번 더 돈을 빼돌려 봤으나 회사는 역시 몰랐다.
김씨의 '통'이 커진 것은 2003년부터. 60㎏이 넘던 몸무게를 13㎏ 줄이는 데 성공하면서 '옷차림'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 횡령 금액은 한 차례에 300만~400만원으로, 많게는 800만원까지 커졌다. '명품녀'로 돌변하던 때였다.
김씨는 루이뷔통, 샤넬, 구찌 등 300만~500만원짜리 핸드백 20여개를 샀고, 옷은 국내 유명 메이커를 애용했다. 100만~300만원 하는 의류 수백 벌을 서울 강남의 백화점에서 구입했다. 불가리 등 고급 시계도 30점 이상 샀다. 백화점 명품관에 가면 그를 알아본 매장 직원들이 다가와 '신상품'을 소개할 정도로 그는 VIP 손님이 됐다. 김씨는 경찰에서 스스로 "쇼핑 중독자"라고 진술했다. 김씨가 수입에 비해 턱없이 비싼 명품 가방과 옷으로 치장하고 다녔으나 직장 동료들은 그게 '명품'인지 몰랐다고 한다.
김씨는 '뮤지컬광'이기도 했다. 일주일에 한 번꼴로 15만~30만원짜리 VIP석에서 뮤지컬을 봤다. 8년여간 해외여행도 14번 갔다 왔다. 지난해 교통사고가 났을 땐 상처 부위 외에 코 세우기 성형수술을 따로 받았다. 신용카드 대금이 한 달에 4500만원 나온 적도 있었다.
그러나 김씨는 부모나 친구들에겐 돈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친구들과 해외여행 갈 때도 경비는 모두 갹출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빼돌린 회사 돈과 신용카드 결제대금이 비슷했다"며 "카드를 먼저 긁고 그 결제 대금을 회사 돈을 이체시켜 막는 수법이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김씨의 범행은 결국 8년여 만인 지난 4월 들통났다. 사장이 거래 중단업체에 미수금을 달라고 했더니 그쪽에서 '이미 줬는데 무슨 소리냐'는 답이 돌아왔기 때문. 이를 계기로 회사가 장부를 뒤졌고 수백 차례 돈이 김씨 계좌로 빠져나간 사실이 밝혀졌다.
회사는 최근 김씨에게서 1억6000만원을 회수했다. 김씨의 강동구 빌라 전세금(8000만원)과 쏘렌토 승용차(3000만원), 퇴직금(5000만원)이었다. 그러나 나머지 12억6500만원은 김씨가 이미 써버린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