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제가 부족해서 사형이 연기됐다? 사실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9월 29일 "미국의 몇몇 주(州)에서 마취제가 부족해 사형 집행을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사형 집행을 하는 35개 주 대부분에서 마취제를 사용하고 있다. 사형 집행에는 세 가지 약물을 쓴다. 처음엔 마취제를 넣어 의식을 잃게 만들고, 몸을 마비시키는 물질을 주사한 다음, 심장박동을 정지시키는 물질을 넣는다.
현재 부족한 약물은 의식을 잃게 하는 '티오펜탈 소디움(Thiopental sodium)'이라는 마취제다. 일반 병원에서는 이미 이 마취제를 다른 제품으로 대체하고 있기 때문에 찾기가 쉽지 않다. 또 제약회사는 자사 제품이 사형 집행에 이용된다는 사실에 제품 생산을 꺼려 앞으로 구하기가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켄터키주에서는 올해 2건의 사형 집행을 연기했다. 사용할 수 있는 마취제의 양이 '1인분'이었기 때문이다. 오클라호마에서는 주에 마취제가 없어 다른 주에서 마취제를 빌려 오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주에서 구입한 마취제로 사형을 집행해도 되는지에 대한 논의가 남아 바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마약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고 알려져 있는 프로포폴도 사형집행용 마취제로 쓰이고 있는데 이것도 생산량이 부족하다. 프로포폴의 부족은 작년 가을부터 나타났다. 미국 내에서 프로포폴을 생산하는 테바(Teva)사는 원료물질에서 독소가 발견되어 리콜 조치를 했고 지난 5월 생산을 중단했다. 호스피라(Hospira)사도 프로포폴 컨테이너에서 철 물질이 발견돼 몇 차례에 걸쳐 리콜을 해야만 했다. 이 때문에 프로포폴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두 회사에서 이 기간 동안 프로포폴을 생산할 수 없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제약회사가 프로포폴을 생산하지 않겠다고 해도 딱히 방법이 없다. 제품 생산을 더 늘리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팝스타 마이클 잭슨이 프로포폴 남용으로 숨졌다는 얘기가 나온 다음부터는 제품 사용에 대한 여론도 좋지 않다. FDA는 프로포폴의 대용으로 미국에서 아직 승인되지 않은 '프레제니우스(Fresenius) 1%'의 수입을 허용하기도 했다.
일부 주에서는 부족한 마취제 대신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다른 약물을 사용하려고 하지만 이것도 여의치 않다. 사형에 쓰이는 약물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법적 소송이 일어날 수 있고, 논의에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