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전쟁'의 주범에 대한 화살이 중국에 되돌아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 연차총회가 임박한 가운데, 최근 일본의 일방적인 외환 시장 개입보다는 중국의 위안화 환율 저평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외부의 위안화 절상 압력에 대해 매우 불쾌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IMF-WB 총회에서 충돌이 예상된다.
◆ 가이트너, 日 환시 개입 옹호…中 위안화 절상 강조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6일(현지시각) 브루킹스 연구소 연설에서 "일본의 지난달 외환 시장 개입이 국제 외환 시장의 긴장을 촉발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가이트너 장관이 일본의 외환 시장 개입에 대해 입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그는 일본 대신 중국을 겨냥했다. "경제 규모가 큰 국가가 환율을 저평가 한 채 절상을 보류하고 있다면, 다른 주변 국가들이 동일한 행동에 나서는 것을 부추길 수 있다"고 언급, 중국 비판을 쏟아냈다. 또 "중국이 시장 지향적인 환율 정책과 관련해 진전을 보여야, 미국은 IMF 내에서 중국의 역할 확대를 지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프레드 버그스텐 소장은 이같은 발언을 두고 "미국은 중국이 규칙을 따를 경우에만 지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일본은 엔고(高)를 저지하기 위해 국제 공조를 무시한 채 외환 시장에 개입, 지난 8월28일부터 한달 간 도쿄, 런던, 뉴욕 외환 시장에서 2조엔이 넘는 엔화를 방출했다. 이후 브라질 등 일부 신흥국들도 환율 방어에 나서면서 일본이 글로벌 환율 전쟁을 촉발하고 있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하지만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일본을 두둔하고 중국을 집중 공략하면서 환율 전쟁의 초점은 위안화 환율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블룸버그는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먼의 마크 챈들러 외환 전략 담당 수석을 인용해 미국이 일본의 외환 시장 개입은 용인했지만, 중국을 포함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는 통화 가치를 절상하라는 압력을 계속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과 IMF도 이같은 움직임에 가세하고 있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5일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회담을 가진 뒤 "위안화 환율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원하던 만큼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6일 발표한 하반기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용인한다면 다른 수출 주도형 아시아 국가들도 따라가겠지만, 한 국가가 반발한다면 다른 국가의 통화 절상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언급, 위안화 절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 원자바오 “위안화 절상 압박은 세계에 재앙 초래"
하지만 중국도 평소보다 더욱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러시아-유럽(ASEM) 정상회의 참석 차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 중인 원 총리는 "위안화를 절상하라는 압박은 세계에 '재앙'이 될 것"이라는 경고성 발언을 내놨다. 그는 "위안화를 급격하게 절상하면 중국에서는 사회 불안정이 촉발될 수 있다"며 "위안화 절상에 압박을 가하지 말라"고 말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위안화가 달러화 대비 20%, 혹은 40% 씩 절상되면 중국의 공장들은 문을 닫고 사회는 혼란에 휩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뱅크오브뉴욕맬론의 사이먼 데릭 외환 애널리스트는 "원 총리의 발언은 꽤 극적인 호들갑"이라며 IMF 총회를 앞두고 나온 것에 주목했다.
그러나 원 총리의 우려를 '호들갑'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중국의 인구(13억명)는 미국과 유럽의 인구를 합친 것보다도 훨씬 많고 1인당 평균 소득은 세계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위안화가 대폭 절상될 경우 충격은 매우 클 수 있다. 중국의 고용 창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저부가가치 제조업은 매우 적은 마진으로 연명하고 있는데, 위안화가 대폭 절상되면 수출 단가를 맞추지 못해 곧장 벼랑 끝에 내몰리게 된다.이는 결국 대규모의 실업을 양산하고 사회 불안정을 촉발할 수 있다.
중국은 위안화가 점진적으로 절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중간 선거를 앞두고 위안화 환율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원 총리는 지난주 CNN과의 인터뷰에서 "일부 미국 정책 입안자들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불균형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위안화는 중국 정부가 외환 시스템을 감독하기 시작한 지난 1994년 이후 달러화 대비 55% 절상됐다"고 말했다.
◆ 주말 IMF 총회 ‘주목'
미국은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낮게 유지해 무역에서 불공정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미국과 유럽 뿐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중국이 상업주의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단지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고,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일 뿐이라고 응수한다. 위안화 환율 문제는 글로벌 차원이 아닌 국내적 문제라는 것이다.
물론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완전히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6월 중국 정부는 금융위기 이후 2년간 적용했던 달러화 페그제를 종료하고 복수통화바스켓 기준 관리변동환율제로 복귀했다. 위안화 절상을 용인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이후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2% 상승하는 데 그쳤고 유로화 대비로는 9% 넘게 떨어졌다. 위안화 절상에 대한 압력이 계속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주말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IMFㆍ세계은행 총회에서 위안화 환율 논쟁은 주요 이슈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각국이 총회를 앞두고 발언 수위를 높이는 것은 환율 문제를 둘러싼 다자적 접근 방식에 대해 인내심을 잃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