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상당수 구·군 기초의회 의원들이 의정비 인상을 추진, 논란이 일고 있다. 10개 구·군 중 의정비를 동결한 중구·강화군·옹진군을 제외한 7개 구·군이 시민단체·학교장 등 10명의 인사로 구성되는 의정비인상심의위원회를 구성했거나 구성을 준비해 의정비를 올리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구의회별로 월 20만~30만원에서 100만원이 넘는 인상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구들은 지난 2~3년간 의정비를 동결해왔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시민들은 "서민경제가 살아나지 않고 수해 복구에 힘써야 할 시점에 의정비를 올려서는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 기초의원들은 지방자치법에서 조례로 제정된 각종 자료·연구조사 등으로 쓰는 의정활동비(연간 1320만원)를 공통으로 받되, 교통비 등 기타 경비로 쓰이는 월정수당이 추가로 붙는다. 월정수당은 해당 구의회가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일정액을 인상할 수 있다. 인천의 기초의원들은 개인별로 해당 구의 인구·재정수준에 따라 의정활동비를 포함, 연간 3042만원에서 3579만원까지 의정비를 받고 있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2011년도 기초의원의 1년 의정비로 제시한 표준금액은 연간 3601만원이다.
구·군의원들은 행정안전부의 표준액을 맞추자는 의견과 함께, 수시로 지역을 돌아다니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 별다른 수입이 없는 사람이 많아 생계 유지가 어렵다는 이유에서 인상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인 남구의 한 기초의원은 "한달 기준으로 270만원의 의정비를 받는데 이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 의원은 1주일 내내 남구 3개 동을 돌아다니는데, 하루에 교통(4만원) ·식사(3만원)비용뿐 아니라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지역현장을 사진 촬영한 인화 비용(2만5000원) 등으로 9만~10만원은 들어간다고 했다. 이 의원은 "연간 2000만~3000만원의 자영업 수입이 없었다면 생계가 정말 어려울 뻔했다"며 "지금의 의정비에서 최소한 800만원은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주변의 유혹에도 휘말리기 쉽다"고 했다.
동구의 한 기초의원은 "매달 250만원을 받는다"며 "이 중 활동비를 제외한 생계비 100만원으로 가정을 꾸리는데, 지출을 줄이기 위해 점심 약속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년에 한번 주민들에게 나눠줄 의정보고서 비용으로 1000만~1500만원이 드는데 이를 의정비만으로 충당하는 것은 힘들다"며 "반강제적으로 써야 할 각종 주민단체 가입회비에도 알게 모르게 돈이 많이 든다"고 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시민들의 입장은 냉담하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의 김계성(33) 국장은 "당선된지 석달밖에 안 됐는데 의정비의 부족 여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각 구의 재정도 어렵고, 가뜩이나 수해 피해도 심한데 의정비 인상은 1년 후에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또 "각 여론조사나 공청회 등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의정비를 올리려는 것은 무작정 월급을 올려달라는 직장인과 다를 바가 없다"고 했다.
시민들도 "실제로 활동하는 기간에 비해 많은 연봉을 받으면서 무슨 인상이냐"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김형석(70·남구 용현동)씨는 "이곳에서 5년간 살아왔지만 구의원 얼굴을 구경해본 적도 없으며 지역이 나아지는 점도 느끼지 못했다"며 "인상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상가청소를 하는 신윤희(55·연수구 옥련동)씨는 "월급 80만~90만원 중 30%는 각종 세금으로 지불하는데 기초의원이 제대로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의정비만을 올려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한편 인천시의원의 경우 의정활동비(1800만원)를 포함, 연간 5951만원의 의정비를 받는다. 이는 행정안전부가 제시한 표준액(5345만원)보다 600만원이 많다. 시의회 관계자는 "시의원들 중 일부 인상을 요구한 사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동결하자는 의견이 많아 인상 계획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