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이 오는 4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정례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양적 완화(통화 팽창)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대기업 제조업의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단칸지수가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상승폭이 최근 6분기 만에 가장 작아 기업의 경기판단은 더 비관적으로 바뀐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일본 당국이 지난달 엔화 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6년 6개월 만에 외환시장에 개입한 지 보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일본은행이 새로운 유동성 투입에 나서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이 0.1%의 저금리로 시중에 푸는 자금 규모를 더 늘려 유동성을 확대할 것이란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주요 통화 대비 엔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수출 주도형의 일본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일본은행은 지난 8월 30일에 긴급 통화정책회의를 소집해 시중은행에 대한 20조엔 규모의 대출 프로그램을 30조엔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블룸버그가 조사한 17명의 이코노미스트 가운데 14명은 일본은행이 다음주에 현재 30조엔인 대출 규모를 확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제로(0%)로 낮추고 현재 21조엔 규모인 국채 매입을 늘릴 가능성을 제기한 전문가도 있다.

일본은행이 시중 은행을 통해 기업에 대한 추가 수혈에 나설 것이라고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 엔화 강세가 수출 기업들의 수익을 잠식하고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비디오게임 제조사인 닌텐도는 엔화 가치 급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2010 회계연도 상반기(4~9월)에 7년 만에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닌텐도는 일본을 대표하는 수출 기업으로 엔고(高)가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달러당 엔화 가치가 15년 만의 최고치인 82.88엔까지 오르면서 일본 당국은 지난달 15일 2조엔 규모로 추정되는 엔화를 방출하며 외환시장에 전격 개입했다. 그 후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85엔대로 상승(엔화 가치 하락)하며 엔화 강세가 잠잠해지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83엔대로 떨어져 엔화가 다시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노무라 증권의 기우치 다카히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이 다음 주에 대출 프로그램을 확대할 가능성은 3분기 단칸지수가 발표되고 나서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은 3분기 단칸지수가 지난 2분기 플러스 1에서 7포인트 상승한 플러스 8로 집계됐다고 지난달 29일 발표했다. 이로써 단칸지수는 6분기 연속 상승했지만 상승폭은 6분기 중 가장 작았다. 단칸지수는 플러스이면 현재 체감 경기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상당수 기업들은 4분기에 단칸지수가 마이너스 1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의 8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지표도 경기 둔화 우려를 가중시켰다. 전날 발표된 8월 산업생산은 3개월 연속 감소했고 소매판매는 8개월 연속 증가했지만 예상치에는 못 미쳤다.

골드만삭스의 이치웅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강세와 정부의 압력, 수출 둔화 등의 요인 때문에 일본은행이 양적 완화 규모를 확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