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석 국립공원관리공단 시설처장

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의 간섭이나 이용이 없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움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인간은 자연을 이용할 수밖에 없고, 그럴 경우라면 훼손 없는 이용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국립공원에서 근무하다 보면 가끔 자연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몰려드는 탐방객과 그로 인해 생기는 샛길, 쓰레기, 동식물 서식처 훼손 등을 보면서 '언제까지 계속 이용할 수 있을까?' 반문해 보곤 한다.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자연도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것은 불가피하게 자연을 이용할 수밖에 없지만, 그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람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 북한산 둘레길이 개통되었다. 15일자 C1면에 소개된 바와 같이 요즘 들어 둘레길은 국립공원을 즐기는 새로운 트렌드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북한산 둘레길 구상의 첫 번째 주안점은 '노선을 어떻게 선정할 것인가'였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북한산 특성을 고려하여 탐방객이 자연에 대한 감흥을 잘 느낄 수 있으면서도 안전하고 편안한 노선을 찾았다. 두 번째는 하루에 걸을 수 없는 길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구간을 나누고 구간별로 주제를 설정하는 것이었다. 순례길·흰구름길·솔샘길·하늘길·내시묘역길 등 문화적·경관적 소재에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특색있게 구상하였다. 세 번째는 둘레길과 어울리는 시설물의 형태와 규모, 색상을 선정하는 것이었다. 네 번째는 탐방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안내체계를 마련하는 것으로 북한산 둘레길 상징마크와 새로운 디자인의 안내표지판을 개발했다. 이 밖에도 휴식공간의 위치와 목책의 높이, 벤치나 파고라의 디자인 하나하나까지 주변 환경과 조화되도록 고려했다.

북한산 둘레길은 굳이 정상을 오르려 하는 탐방문화로 인한 훼손과 샛길 발생을 억제하여 자연환경을 보전할 수 있도록 저지대 탐방문화로 유도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제 북한산 둘레길은 탐방객들로부터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