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12월 등굣길에 조두순(58)으로부터 무참하게 성폭행당해 영구장애를 입은 나영이(10·가명)의 아버지(57)가 수기를 통해 심경을 밝혔다.

그는 30일 그를 인터뷰한 작가의 도움을 받아 조선닷컴에 보내온 수기에서 "이 글을 읽는 분들이 '나영이 사건'이 내 일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방관하지 말았으면 하는 부탁을 드린다"면서 "더불어 더러운 범죄(아동 성폭행)를 저지르는 '그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했다.

수기에 따르면 2년 전, 사건 직후 나영이는 중환자실에서 깨어나자마자 "엄마! 범인 도망가기 전에 잡아!"라며 다급하게 고함을 질렀다. 경찰이 "나중에 이야기하라"며 나영이를 달랬지만 나영이는 "졸려서 자고 일어나면 기억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며 계속 그 순간을 이야기했다.
그렇게 몽타주를 만들었다. 용의자 사진을 본 나영이는 단박에 조두순을 지목했다.

나영이는 매일 밤 자신이 괴물에게 붙잡혀가는 악몽을 꿨다. 하루는 아버지에게 "아빠, 나쁜 아저씨(조두순) 징역 얼마나 받았어?"하고 물었다. 10년 조금 더 넘게 감옥에 있어야 한다고 하니, "그때까지 내가 힘을 길러야겠다"고 말했다고 아버지는 전했다.

나영이 아버지는 "우리 아이가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에 얼마나 무서움을 느끼고 있을지 모르겠다"고 수기에서 밝혔다. 12년의 형량이 지나면 조두순은 거리를 활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성범죄에 너무 관대하다"며 "범죄자의 인권이라는 명목으로 한 아이와 그 가족의 인권은 철저히 외면할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어 영구장애를 입은 자신의 딸을 통해 국가보조금을 타내려는 단체들에 대한 실망감도 드러냈다. 그는 "심지어 한 기관에서는 자신들이 치료를 돕고 나라에 지원을 요청할 테니 다른 기관에서 치료를 받지 말라는 경고 비슷한 말도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어떤 정신과 의사는 나영이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찾아간 아버지에게 "저는 진단을 하는 사람이지, 치료하는 사람이 아닙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아이를 관찰 대상으로 보는 의사에 말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고 썼다. 성폭행 피해자 가족으로서 담당 지정병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잊기 불가능한 그 일을 우리 가족은 이겨내려고 한다"면서,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은 사람들도 극복하길 기도했다. 또 나영이가 여느 다른 아이들과 같이 행복해질 거라는 꿈에 부풀어 있다고도 전했다.

경기도 안산에 거주하던 전과 18범 조두순은 작년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징역 12년에 전자발찌 부착 7년, 신상정보 열람 5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이에 항소하지 않았고 오히려 조가 "술 때문에 전혀 기억이 없다"는 논리를 펴면서 형량이 과하다며 대법원에 항소했다. 대법원은 원래 형 그대로 12년형을 확정 지었다. 조두순은 현재 경북 북부교도소(옛 청송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료실 들어서던 나영이 눈빛, 잊을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