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다소 긴 추석 연휴가 지나갔다.
추석과 설은 방송사들의 예능 경연장이다. 모처럼 TV 앞에 함께 모이는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들을 사로 잡기 위해 기획된 예능 프로그램들이 대거 선을 보인다. 프로그램들 중에는 시청자들의 반응에 따라 이후 개편에 정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기도 한다.

이번 추석 연휴는 상대적으로 길었던 만큼 많은 특집 예능 프로그램이 선보였다. 여전히 댄스 경연대회, 폭소 가요제, 민속 놀이, NG 모음 등의 패턴화된 프로그램들이 넘쳐나면서 식상함을 느끼게도 했지만 그 와중에 뜨거운 반응을 얻은 두 프로그램이 있었다. KBS의 ‘김병만의 달인쇼’와 MBC의 ‘아이돌스타 육상선수권대회’다.

이 두 프로그램은 시청률과 평가 양 면에서 높은 점수를 이끌어냈다. 더불어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무한도전’의 레슬링 특집, ‘남자의 자격’의 합창대회처럼 ‘진정성’을 담아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기존의 정규 예능 프로그램들과 마찬가지로 ‘진정성’이 느껴지는 예능으로 승부를 걸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점이다.

‘달인쇼’는 김병만이 ‘개그콘서트’의 ‘달인’ 코너에서 해왔던 미션 중 가장 혹독한 소재를 모아 연속 도전한 프로그램이었다. 온 몸을 던지는 김병만의 슬랩스틱 코미디는 웃음은 물론 감동까지 전달하며 올해 추석 예능의 빛나는 한 순간으로 우뚝 섰다.

‘아이돌 육상 대회’도 기획이 빛났다. 우선 130여 명의 아이돌 연예인들을 함께 방송에 담아내려 한 시도부터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을 듯하다. 가장 스케줄 많은 아이돌들을, 가장 특집 프로그램 녹화가 많은 추석 시점에 기어코 모아서 블록버스터급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규모에 못지 않게 내용도 내실 있었다. ‘아이돌 육상 대회’는 ‘달인쇼’에 비해서는 다소 소프트하지만 역시 ‘진정성’이 프로그램의 매력을 만들어낸 예능이었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순수한 스포츠인 육상이라는 틀에 들어선 아이돌 스타들에게서는 이전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느끼기 힘들었던 ‘진정성’이 배어 나왔다.

아이돌들은 실제로 이전에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최선을 다해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애썼지만 ‘진정성’은 잘 드러나지 않았다. 아이돌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화려하거나 섹시하거나 재미를 위해 까부는 모습이 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육상 트랙과 필드에 선 아이돌들은 달랐다.

있는 힘을 다해 달리고 때로는 선두에서 달리다 넘어져서 비운을 맛보는 아이돌들의 모습에는 ‘진정성’이 담겼다. 후반부에는 뙤약볕에서 달리고 구르느라 프로그램 후반부에는 구리빛으로 그을리고 빨갛게 달아오른 아이돌의 모습에서는, 메이크업을 두른 이전의 방송 출연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진한 친근함도 전해졌다.

포맷 자체에 오락성을 많이 배제하고 순수한 스포츠의 형식을 지켜낸 ‘아이돌 육상 대회’는 그래서 더 재미있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돌을 잘 모르는 고연령층 시청자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을 위한 추석 예능이 됐다. 어린 시절 학교 운동회에서 하일라이트인 계주 경기가 시작되면 모르는 친구들이 달리더라도 넋을 잃고 바라보며 응원하게 되는, 그런 재미가 있는 예능이 됐다.

'달인쇼'와 '아이돌 육상대회'는 기획에 따라 추석 예능도 참신할 수 있음을 보여준 전례가 됐다. 또한 한국 예능에서 '진정성'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분위기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들이 과연 향후 예능에서 어떻게 반영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