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보〉(1~180)=진짜 빛은 번쩍이지 않는다(眞光不煇). 비범한 사람들일수록 겉모습은 지극히 평범한 법이다. 이 바둑에서 안조영은 평범함 속의 비범함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었다. 그의 착점은 처음엔 번쩍거리지도, 아름다워 보이지도 않았지만 곧 그 진가가 증명되곤 했다. 42, 44의 독특한 공격방식이 그랬고, 72의 타개 솜씨가 그랬다.
무뎌 보여도 예리한 날을 지닌 명검(名劒)이었다. 펑첸이 당황해 잇달아 완착을 범할 만도 했다. 85로 참고도 1을 차지했다면 백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뒤이은 87은 형세 오판(誤判)이 빚은 실착. 그는 147, 149에 이르러서도 허둥대다 완패했다. 이 뒤에도 백은 한 치 흔들림 없는 보폭(步幅)을 유지했다. 계가를 했다면 반면(盤面)으로 비슷한 승부.
이 바둑의 소비시간을 비교해 볼 일이다. 승자가 패자보다 월등히 많은 시간을 썼다. 자기 시간(3시간)을 다 소진하고 초 읽기를 자청, 확인을 거듭하며 마무리했다는 의미. 안조영은 항상 이런 식이다. 말수 없고 신중하며 스스로에게 엄격한 이 31세 청년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150 156…140, 153 159…145, 160…53, 185…109, 216수 끝 백 불계승, 180수 이후 생략, 소비시간 백 3시간 42분, 흑 2시간 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