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수도권을 휩쓸고 간 지난 21일 추석 연휴를 맞아 울산 아들 집에 가기 위해 김포공항에서 비행기에 탄 한일주(77) 할머니는 이륙 직전 기내에서 황당한 안내방송을 들었다. 집중호우로 공항 지하에 있는 항공유 수송 라인에 문제가 생겨 인천공항으로 이동해 급유(給油)하게 됐으니 양해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비행기는 남쪽 울산이 아닌 서쪽 인천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날 오후 4시 출발 예정이던 울산행 여객기는 한 할머니 등 승객 113명을 태운 채 오후 8시쯤 인천공항으로 날아갔다.
급유를 마친 뒤 출발해 울산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0시 30분. 한 할머니는 "오후 4시 50분에 도착했어야 하는데 5시간40분이나 늦었다"며 "마중 나온 아들이 생고생을 했다"고 말했다.
주부 김은희(36)씨는 "5시간40분이면 싱가포르도 갈 수 있는 시간"이라며 "기름을 못 넣어 비행기가 못 뜬다니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몇몇 승객들은 "자가용 차를 몰고 가는 게 더 빨랐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울산행 말고도 여수로 가는 비행기 승객 100여명도 인천을 거쳐 고향으로 가야 했다. 이날 김포공항에서는 기상 악화로 항공기 16편이 결항되고 129편의 출발·도착이 지연됐다.
항공사 측은 "갑작스러운 폭우로 김포공항의 연료공급 펌프가 물에 잠기는 바람에 가동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인천을 경유하게 됐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