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중국·일본·제주도까지 바다 밑을 터널로 뚫어 자동차·열차로 오가려는 3대 해저(海底)터널 구상이 정부 내에서 검토되기 시작했다.

국토해양부는 최근 'KTX 고속철도망 구축전략'을 발표하면서 "거대지역권(Mega Region)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했다"며 "국제철도 시대에 대비해 한·중 해저터널, 한·일 해저터널 필요성을 연구 중"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동안 민간 차원에선 한·중, 한·일 해저터널 구상이 논의돼 왔지만, 정부가 공식 문서로 검토 사실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국토부 여형구 종합교통정책관은 "한중, 한일터널에 대해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어서 우선 예산이나 정치적인 문제를 떠나 기술적·경제적 타당성이 있는지 검토해보자는 것"이라며 "지난해 교통연구원에 의뢰해 연구용역을 시작했고 연말쯤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목포~제주를 잇는 해저터널 타당성 조사 용역도 진행 중이라 한반도에서 3개의 해저터널에 대한 타당성 검토가 동시에 진행 중인 상황이다. 그동안 이해가 걸린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논의돼온 해저터널 추진이 중앙 정부 차원에서 본격 검토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국토부 용역을 받아 한중, 한일 해저터널 타당성을 연구 중인 교통연구원 이재훈 철도교통연구실장은 "동아시아 교통망 통합이라는 관점에서 두 해저터널 건설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개발연구원이 지난해 내놓은 한중 해저터널 기본구상은 중국 산둥반도에 위치한 웨이하이(威海)와 ▲인천경기 화성평택·당진 ▲황해도 옹진(북한) 등 4곳 중 한 곳을 연결하는 것이다.

또 부산발전연구원은 지난해 1월 부산~쓰시마~후쿠오카(222.6㎞)를 연결하는 한일 해저터널 구상을 내놓았다. 교통연구원은 2008년말 목포~해남은 지상으로, 해남~보길도는 해상 다리로, 보길도~추자도~제주도는 해저터널로 건설해 전체 167㎞를 연결하는 방안을 제시했었다.

문제는 천문학적 공사 비용과 일부 부정적인 정서다. 한중 해저터널은 인천~웨이하이의 경우 123조원(경기개발연구원 추산), 한일 해저터널은 92조원(부산발전연구원), 제주 해저터널은 14조6000억원(교통연구원)이나 드는 초대형 사업이다. 또 한일 해저터널의 경우 일본의 대륙진출 길만 열어주고 우리는 경유지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부정적인 여론도 상당하다.

황기연 한국교통연구원장은 "세 해저터널 모두 미래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데, 중장기적으로 15~20년 간격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제주 터널은 2010년대 후반, 한중 터널은 2030년대, 한일 터널은 2050년대에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