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교가 낳은 가장 위대한 사상가이자 실천가로 꼽히는 원효대사(元曉大師·617~686)를 조명하는 특별전이 경주에서 열리고 있다.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이영훈)은 신라를 세우고 일구고 가꾼 인물들을 돌아보는 《신라 역사 인물 특별전》 중 첫 번째로 원효대사를 살펴보는 특별전을 11월 21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특히 일본 교토 오타니(大谷)대학이 소장하고 있는 원효대사의 저술 '판비량론(判比量論)' 필사본이 출품돼 눈길을 끈다. 원효가 55세 때 저술한 것으로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현재 판비량론의 완본은 전해지지 않으며 전체의 8분의 1이 남아 있는 이 사본이 유일하다. 8세기에 필사(筆寫)한 이 판비량론의 말미에는 고묘(光明) 황후의 사인(私印)이 찍혀 있어 일본 왕실 소장품이었음을 알 수 있으며, 일본에서 원효대사의 위상을 보여준다. 초서체로 흘려 쓴 이 필사본은 지난 2002년 고바야시 요시노리(小林芳規) 히로시마대 명예교수가 신라의 언어와 한자 발음이 적혀 있는 각필(角筆) 흔적을 발견해 신라인이 만든 것임이 확인됐다.

일본 교토 오타니대학이 소장한 원효대사의 저술‘판비량론’필사본.

압량군(지금의 경북 경산) 남쪽 불지촌(佛地村)에서 태어난 원효대사는 문무왕 1년(661년) 의상대사(義湘大師·625~702)와 함께 중국 유학길에 올랐다가 도중에 깨달음을 얻고 환속했다. 150여권에 이르는 저술을 남겼으며 '한마음(一心)' '화쟁(和諍)' 사상으로 통일신라 사상의 초석을 닦았고 '무애(無碍)'의 삶을 실천했다.

특별전은 원효대사의 삶과 사상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도입부는 원효대사의 독백 형식을 빌려 일대기를 연표와 관련 자료를 모아 소개한다. 또 판비량론 외에도 '이장의(二障義)' '보살계본지범요기(菩薩戒本持犯要記)' 등 원효의 저술, 일본 고산사(高山寺)가 소장한 원효대사 진영(眞影)의 모사본과 원효를 소재로 한 '화엄종조사회전(華嚴宗祖師繪傳)' 등 일본에 있는 유물이 대거 전시된다.

이번 특별전에는 또 지난해 가을 경북 경주시내 주택가에서 200여년 만에 재발견된 문무왕릉비(文武王陵碑) 윗부분이 보존 처리를 끝내고 공개된다. 원효대사를 추모하기 위해 세웠던 서당화상비(誓幢和上碑)도 국립중앙박물관동국대학교에 나뉘어 보관하다 처음으로 함께 전시된다. 전시 기간에는 김상현 동국대 교수와 남동신 서울대 교수가 '원효 화쟁사상의 현대적 의미'와 '원효의 저술과 사상'을 주제로 강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