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를 즐기는 법은 많다. 경기장에서 목청껏 소리를 지르는 것도, 편안히 소파에 기대 TV를 보는 것도 훌륭한 감상법이다. 그래도 부족하면 인터넷 속 스포츠 웹툰(Webtoon)을 즐기면 된다.
웹툰은 인터넷에 연재되는 만화를 말한다. 최근 재기 발랄한 작가들이 그려내는 '카툰 스포츠'에 열광하는 팬들이 많아졌다. 축구 웹툰 작가 김근석(31)은 그 중 대표적인 스타다.
■성남의 광팬에서 축구 만화가로
김근석은 인터넷상에서 '샤다라빠'로 통한다. 일본 힙합그룹의 이름을 딴 필명 '샤다라빠'로 그는 포털 사이트에 '풋볼 다이어리', '골닷컴툰'를 연재하고 있다. 매번 수십에서 수백개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반응은 뜨겁다. "K리그를 다룬 웹툰으론 최초였어요. 그 희소성에 반응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를 만화가의 길로 이끌게 한 것은 8살 때 본 '아기공룡 둘리'였다. 그때의 충격을 그는 아직도 잊지 못한 듯했다.
"고길동과 둘리가 함께 라면을 먹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만화의 상상력은 이런 거로구나. 둘리가 만화영화로 TV에 방영되던 첫날엔 경배하는 마음으로 무릎 꿇고 봤어요."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했지만 출판만화 쪽이 적성에 더 맞아 중퇴했다. 게임 잡지에서 일러스트레이터를 하던 김씨는 2006년부터 축구 잡지 '풋볼 위클리'에 만화를 그렸다. 그때 탄생한 게 대표작 '풋볼 다이어리'다.
'풋볼 다이어리'는 고양이 캐릭터인 샤다라빠가 한 주의 K리그 이슈를 풀어가는 20컷짜리 웹툰이다. "내 몸엔 노란(성남일화의 상징색) 피가 흐른다"고 할 정도로 성남 광팬임을 자부하는 그가 그린 K리그 웹툰엔 현실감이 묻어 있었다.
"2003년부터 K리그를 봤는데 당시 제 고향 서울에 팀이 없었어요. 성남과 수원 중 고민하다 지하철로 한 번에 갈 수 있는 성남으로 제 팀을 정한 거죠." 김씨는 지금도 성남 홈경기는 빠지지 않고 경기장을 찾아 응원한다.
잡지는 2008년 폐간됐지만 김씨의 만화는 인터넷으로 옮겨 더 인기를 끌었다. 유머가 기본이지만 '깔 때 과감히 깐다'는 것도 매력이다. "병역 기피 파문이 터졌을 때 프로축구연맹에서 연락을 해왔지만…, 턱도 없는 소리죠."
■내 만화가 K리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길
마감은 만화가의 숙명이다. 인기작가인 김씨는 일주일에 5~6개의 카툰을 그린다. 컴퓨터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고 색을 입히는 과정은 3~4시간밖에 걸리지 않지만 콘티 구성이 어렵다.
"마지막 한두 컷의 내용이 나오지 않아 머리를 쥐어뜯을 때가 많습니다." 축구를 보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많지만 K리그는 자주 볼 수 없어 안타까움을 느낀다. "야구와 비교하면 국내 축구는 아무래도 중계가 많지 않으니까 어려움이 많죠. 인터넷 게시판이나 음악, 드라마, 영화 등에서 두루 영감을 얻습니다."
가장 보람찬 순간을 묻자 "여성 팬들의 팬레터를 받을 때"라며 껄껄 웃는다. "제 만화를 보고 이번 주말 K리그를 보러 갈 생각을 했다는 메일을 받았을 때 가장 큰 힘이 됩니다."
스포츠 웹툰 작가를 희망하는 후배들에겐 "옛날 같았으면 내 그림은 잡지사 편집부에서 받아주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웹툰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과감히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김씨의 꿈은 나이가 들어 술집을 여는 것이다. "전 세계를 돌며 성남과 같은 노란색 유니폼을 수집해 제 술집에 전시하고 싶어요. 그걸 보며 손님과 축구 얘기를 하면서 맥주 한 잔 하는 게 제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