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사랑과 우정, 진실에 대한 믿음은 문학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가치들이다. 미국 소설가 캐스린 래스키(Lasky·64·사진)를 세계적인 청소년 판타지 작가로 만든 시리즈 '가디언의 전설(원제 Guardians of GA'HOOLE)'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주제를 올빼미들의 모험이라는 판타지적 상상력으로 포장한 작품이다. 2002년 '올빼미 요새 탈출'이 첫선을 선보인 후 2008년까지 15권으로 완간되며 미국에서만 100만부 넘게 팔리는 성공을 거뒀다. '가디언의 전설' 시리즈 가운데 '올빼미 요새 탈출' '가훌을 찾아서' '스승 에질리브를 구하라' 등 앞부분 3권이 최근 우리말로 번역됐다.
래스키 판타지의 가장 큰 특징은 기상천외한 사건을 창조하기보다 이미 알려진 친숙한 소재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논픽션 작가로도 유명한 그녀는 사실적 글쓰기를 문학적 상상력과 접목한다. 올빼미의 생태를 백과사전의 올빼미 항목처럼 자세히 설명하고, '아서왕의 죽음'에 등장하는 원탁(圓卓),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들이 벌였던 전쟁 등을 차용해 서사의 풍성함을 더했다.
'가디언의 전설' 시리즈는 어린 올빼미 소렌이 심술궂은 형 클러드의 장난으로 둥지 밖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마침 정찰을 돌고 있던 악당 올빼미들이 소렌을 붙잡아 성 애골리우스 학교로 끌고 간다. 이 학교는 올빼미 세계를 지배하려는 세력들의 기지다. 소렌은 올빼미 왕국을 위협하는 악(惡)의 세력에 맞서기 위해 '가훌(GA'HOOLE)의 기사단'이 조직됐다는 소식을 듣고 그들이 살고 있다는 가훌나무를 찾아 떠난다….
작품이 국내에 소개된 것을 계기로 작가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판타지는 마법의 세계를 다루는 장르다. 그런데 이 책의 구체적인 부분들은 상상이라기보다 사실을 전달하는 교양서로도 손색이 없다. 특히 '올빼미 백과사전'이라고 해도 될 만큼 올빼미의 생태를 자세히 설명한 것이 독특하다.
"전부터 올빼미의 얼굴, 특히 신비로운 분위기의 눈동자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야행성 맹금류가 갖는 특징이지만 그걸 보고 신비로움과 매력을 느끼는 것은 사실 밖의 영역에 있다. 그 상반된 두 영역을 결합해 보려 했다. 집 근처에 하버드대학이 있는데, 그곳 조류학연구소에서 4000마리에 이르는 올빼미를 직접 관찰했다."
―그런 사실적 관찰이 어떻게 판타지의 소재로 탈바꿈할 수 있는가.
"나는 100권이 넘는 책을 냈고, 그중에는 논픽션들도 꽤 있다. 내가 접하는 다양한 정보들이 결국 내가 쓰는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고 믿는다."
―어떤 정보들을 활용했는가.
"가훌의 기사단이 머무는 가훌나무는 아서왕의 원탁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엠버의 전쟁'에 등장하는 전쟁 장면은 스파르타와 페르시아 사이에 벌어졌던 테르모필레 전투를 바탕으로 구성한 것이다. 시리즈 곳곳에 윈스턴 처칠의 연설문을 변용하기도 했다."
―한국의 판타지 작가 지망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과학과 역사 같은 논픽션을 비롯해 신화와 전설까지 다양한 범주의 책을 읽으라고 강조하고 싶다. 나는 수퍼맨 같은 초인을 주인공으로 삼지 않는데, 이는 지나친 영웅 서사로 갈 경우 주인공을 단순히 착하거나 나쁜 일차원적인 인물로 그릴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자신이 만들어내는 인물이 어떤 모습을 가져야 할지 결정하기 전에 폭넓은 독서를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