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TV 거북이 달린다

뛰는 형사 위에 나는 범인 

밤 11시 5분

'거북이 달린다'는 김윤석의 전작 '추격자(2008)'를 강렬하게 환기시키는 영화다. '추격자'에서는 밀려난 형사지만 오히려 현직 형사보다 범인 검거에 더 열심히 매달렸던 김윤석은, 이번 영화에서도 누군가를 잡기 위해 치열하게 매달린다. 이번엔 현직 형사다. 그가 뒤쫓는 사람은 몇 년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잠적해버린 탈주범 송기태(정경호).

충남 예산에서 강력계 형사로 일하는 조필성(김윤석)은 내기 소싸움에 돈을 걸었다가 대박이 나 1800만 원의 거금을 거머쥐었다가 낯선 남자에게 돈을 빼앗기고 빈털터리가 된다. 그런데 알고 보니 돈을 갈취한 남자가 바로 탈주범 송기태. 눈앞에서 탈주범을 놓쳐버린 조필성은 형사로서의 야망 때문이 아니라 잃어버린 돈을 찾기 위해, 가장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범인 검거에 열을 올린다.

달리는 형사 위에는 나는 범인이 있는 법. 번번이 송기태를 놓치고 언론에 의해 무능한 시골 형사라는 낙인까지 찍혀버린 조 형사는 이제 이판사판으로 덤빌 수밖에 없는 처지다. 충청도식 사투리를 구수하게 구사하는 남자는 영웅이라기보다 변두리 소시민의 전형적인 모습. 거북이 같은 소시민이 뜀박질하는 모습이 멋지고 근사할 리는 만무하다.

'거북이 달린다'는 가스총을 들고 느린 몸뚱이로 탈주범 검거에 매달리는 형사와 폼나게 형사를 따돌리는 탈주범을 대치시키며 '토끼와 거북이'의 우화를 재치 있게 패러디한다. 개봉 당시 극장 출입이 드문 중년층 관객까지 불러 모으며 알찬 흥행을 기록했다.

EBS TV 뮬란

중국의 여성 영웅 애니메이션

오전 10시 40분

중화권 사람들에게 뮬란은 잔 다르크만큼이나 유명한 여성 영웅이다. 중국의 장편 서사시 '목란시(木蘭詩)'에 등장하는 설화 속 주인공 뮬란은 연로한 아버지 대신 남장을 하고 전쟁에 참여해 연승가도를 달린 인물. 훗날 여성임을 고백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나이든 부모님을 봉양하며 남은 인생을 보낸 효성 지극한 여성이기도 하다.

한자로 화목란(花木蘭)이라 불리는 그녀의 이야기는 1000여 년간 중국인들의 가슴 속에 강렬한 이미지로 남아 있었고,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중국의 여성 영웅을 처음 스크린에 불러낸 것이 월트 디즈니라는 사실은 아이러니컬하다.

한창 할리우드가 동양적인 소재에 매료됐을 무렵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뮬란'은 짐작대로 씩씩한 중국 여성을 신비로운 동양의 미녀로 그리고 있다. 실제로는 황량한 사막 한복판에서 대부분의 전투가 벌어졌지만 애니메이션에선 설원을 배경으로 인상적인 액션이 펼쳐진다. 동양적인 여백의 미를 살린 대신 진실에 대한 고증은 등한시한 셈. 그래도 캐릭터는 모두 매력적이고 액션 장면은 스타일이 넘친다. 최근 개봉된 중국 실사영화 '뮬란―전사의 귀환'과 비교해서 봐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