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대라 일컬어지는 21세기에는 문화와 산업의 중심에 언제나 영상이 있다. 그만큼 영상 분야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는 것. 영상을 기획하고 만드는 영상 디렉터 역시 관심의 대상이다. 영상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그 이름. 용이(36·現 CF 프로덕션 '도날드시럽' 대표) 감독. 용 감독은 전파를 타자마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애니콜 '인생의 3요소' 광고를 비롯해 네이버 블로그 시즌 2 광고, 최근에는 캘빈클라인 진까지 내놓는 광고마다 성공해 CF계의 미다스 손이라 불린다. 또한 배두나 주연의 영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를 비롯해 영화예고편, 유명 가수의 뮤직비디오 등을 만들기도 했다. 영상 멀티플레이어로 꼽히는 그에게 영상 디렉터란 누구이고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들어봤다.

영상을 좋아하고 즐길 줄 알아야

즐기는 영상 디렉터가 되고 싶다는 용이 감독.

어릴 적 용 감독의 손에는 늘 흰 종이와 연필이 쥐어 있었다. 그림이나 글쓰기 등 끄적이길 좋아했던 것. 특히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일찌감치 미술 디자인으로 전공을 굳혔다.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 아르바이트를 하며 미술학원에 다녀야 했지만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다 고등학교에 입학해 영화 감상을 즐기면서 영상디자인 학과가 눈에 들어왔다. "영화 보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특히 영상미가 뛰어난 예술 영화를 보며 감동을 했죠. 수려한 영상미를 뽐내는 작품들을 보면서 보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영상을 만들어보자는 꿈을 키웠습니다."

계원조형예술대학 영상디자인학과에 입학하면서 더욱 진로에 대한 뜻을 굳혔다. 전공 수업을 들으며 영상 실습을 하고, 영화를 보는 활동만큼 행복한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당시 며칠 밤을 새워서 전공 과제를 작성하고 엉덩이가 아플 때까지 텔레비전 앞에 앉아 영화를 볼 때의 즐거웠던 추억을 지금도 이따금 곱씹어보곤 한다. 용 감독은 "좋아하고 즐기며 공부했기에 전혀 힘들지 않았다. 졸업작품으로 찍은 블랙코미디 단편영화 '아줌마'는 대상을 받을 만큼 발군의 실력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대학 2학년 여름방학 때 CF 프로덕션으로 현장실습을 나갔던 것이 꿈을 실현시키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연출부 조감독 보조 생활을 하면서 카메라의 매력에 빠졌던 것. 훈련 기간을 거쳐 25세이던 1999년 CF 감독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카메라를 볼 때마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보는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렸죠. 제가 즐기고 집중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바로 영상을 만드는 것이구나를 깨달았어요."

데뷔 이후 내놓는 작품마다 새롭다, 신선하다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영상천재로 주목받은 그였지만 모든 것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2003년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라는 첫 장편영화를 만들면서 예상치 못한 시련에 봉착했던 것이다. 생각보다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면서 큰 충격에 휩싸였다. 다시 최고의 CF 감독으로 재기하기까지 몇년의 슬럼프에 시달려야 했다.

"너무 일찍부터 주목을 받으면서 스스로한테 관대했던 탓이었죠. 특히 영상을 만드는 것처럼 민감한 작업일 수록 스스로에게 혹독해져야 했는데 자만했던 것 같아요. 그때의 깨달음 덕분에 저 자신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더 발전할 수 있었던 전화위복이 됐죠."

보는 눈과 만들어내는 기술 둘 다 중요.

영상분야 하면 새로움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만큼 창의성을 필요로 한다. 용 감독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남보다 빨리 받아들이는 융통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대중문화를 즐기고 웹상에서 새로운 영상을 자주 찾아보는 등 유행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는 "창조적인 아웃풋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충분한 인풋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늘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그는 특히 여행을 좋아한다. 가장 자주 가는 곳은 바로 일본도쿄. 트랜드를 선도하는 도쿄 거리를 다니며 새로운 자극을 많이 받는다고. 최근에는 트랜드세터 네 명의 도쿄여행기를 담은 '네 개의 도쿄(STYLE조선)'에 필자로 참여했다.

그는 영상 디렉터는 선천적인 능력과 후천적인 노력이 조화를 이뤄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선천적 능력은 보는 눈, 후천적인 노력은 영상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의미해요.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선천적으로 감각이 뛰어나면 읽어내는 능력이 탁월하죠. 아무리 감각이 뛰어나도 부단한 노력이 없이는 영상 디렉터로 성공할 수 없습니다."

그가 강조하는 또다른 자질은 바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영상을 기획해 완성단계로 마무리하는 전 과정이 커뮤니케이션이라 말 할 정도. 하나의 광고가 만들어지기까지 수많은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의미다. 용 감독은 "광고의 경우 홍보를 목적으로 하며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광고주가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런 모든 제약을 딛고 광고주와 타협점을 이끌어 내고 스텝을 독려해 좋은 영상을 만들어내는 것도 감독의 몫"이라고 말했다.

"뛰어난 운동선수들을 보면 어느날 갑자기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에요. 피나는 연습이 있었기에 멋진 성적을 내죠. 마찬가지로 영상에 관심이 있다면 꿈만 꾸지 말고 우선 카메라부터 들고 나가서 직접 만들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책을 읽거나 훌륭한 영상을 수시로 보면서 기본 소양도 함께 닦아야 내공이 쌓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