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이유 없이 노동당 대표자회의를 연기하고 있는 북한이, 최근 내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전국 규모의 군사훈련을 벌이고 있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7일 보도했다.
이 방송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 15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특수부대를 동원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의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이번 훈련은 1차와 2차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며 “먼저 양강도와 함경남도 황해북도 강원도 지역에서 쌍방훈련을 진행하고, 기타 지역들에서는 민간대피훈련과 등화관제훈련을 실시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한미합동군사훈련을 거론하면서 당장에라도 전쟁이 날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훈련 내용도 실전을 방불케하는데, ‘쌍방훈련’의 경우 일반군사훈련에서 찾아보기 힘든 공포탄을 사용해 실전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들 소식통은 이어 “쌍방훈련은 특수부대가 적군으로 가장해 공장, 기업소, 국가 주요기관 건물을 습격하고, 민방위 무력이 해당 지역을 방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면서 “특수부대는 강원도, 황해도와 북부 산간지대 사이를 이동하면서 낯선 지형의 목표물을 찾아 기습타격하는 능력을 키우고, 민방위 부대들은 적의 침투에 실전 대응하는 능력을 기른다”고 설명했다.
소식통들은 또 “훈련 기간 적위대원은 공장방어를, 교도대원은 특수부대 추격·소탕을, 부녀자들로 구성된 ‘3.18부대’는 부상병치료와 전투식량 전달 임무를 맡는다”면서 “이처럼 인민반 부녀자들까지 동원돼 주민 대부분이 훈련에 매달려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양강도 혜산시 소식통은 “대개 쌍방훈련은 겨울철에 10~15일간 한다”면서 “이처럼 가을철에 짧게 훈련하는 것은 당대표자회 연기로 민심이 흉흉해지자 주민들을 긴장시키려는 의도인 듯하다”고 말했다. 당대표자회가 열리지 않은 것에 대한 마땅한 설명이 없어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 회령시 주민은 “정세가 아무리 긴장돼도 지금처럼 바쁜 가을철에 군사훈련을 한 사례는 없었다”며 “지금 정세가 그 정도로 심각하느냐”고 반문했다.
최근 잇따른 대남 유화책을 보였던 북한 당국이 내부적으로는 실전을 방불케하는 군사훈련을 시작했다는 것은, 당대표자회 연기로 어수선해진 내부사정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RFA는 전했다.